약은 왜 하루 세 번 먹어야 할까?
약은 왜 하루 세 번 먹어야 할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2.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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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약을 달고 산다. 암처럼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감기‧소화불량‧알레르기와 같은 생활 속 크고 작은 불편한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과체중이나 탈모를 개선하기 위한 미용 목적으로… 다양한 이유로 매일같이 약을 먹는다. 오죽하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약을 모른다. 똑같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서는 칼로리와 영양소를 따지고 공부를 해 가며 식단을 조절하면서, 훨씬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일반인이 약의 작용 원리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 자체가 한정적이기도 하다. 

기초 상식이 탄탄해야 오남용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약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한 ‘약 칼럼니스트’의 가이드북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는 생소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대체 왜 약은 하루에 세 번씩 먹는 걸까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사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약상자에 그렇게 써 있으니까’라는 답변은 빼고 말이다.

약효는 약이 체내에서 일정 농도 이상을 유지해야 나타난다. 우리가 먹은 약은 위나 소장을 통해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돼 약 30분 이내에 약효를 낼 수 있는 ‘최소 유효 농도’를 넘어섰다가, 천천히 소실되기 시작한다. 때문에 약효 지속을 위해서는 약이 최소 유효 농도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다음 약을 먹어야 하며, 복용 횟수는 약마다 다른 소실 속도에 따라 정해진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을 마음대로 중단하거나 복용 횟수를 줄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침‧점심‧저녁으로 하루 세 번 먹어 12시간의 약효를 내는 약이 있다고 할 때, 단순한 계산으로는 아침‧저녁 두 번만 먹어도 그 3분의 2인 8시간의 약효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복용 시점이 늦어져 약의 농도가 최소 유효 농도를 지나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다면 이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그만큼의 약이 허비되기 때문이다. 찬물을 끓이려면 따뜻한 물을 끓일 때보다 훨씬 많은 연료가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결과적으로 약효 지속 시간이 복용 횟수를 지켰을 때보다 훨씬 줄어들어 병이 잘 낫지 않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걸렀던 약을 몰아서 한꺼번에 먹어서는 안 된다. 약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속 쓰림 같은 경미한 수준에서 그친다면 다행이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복용 시간을 놓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바로 먹는 것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다음 순서에 한 번만 먹어야 한다.

책에서는 이 밖에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먹는 약에 대한 지식, 약물 내성이 생기는 원리, 항생제에 대한 오해 등 꼭 알아야 할 약에 대한 기초 상식들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약을 밥보다 더 잘 챙겨 먹는 일상에서, (약에 대한) 의문이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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