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야생동물의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책 속 명문장] 야생동물의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2.0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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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야생동물은 끊임없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는 이들을 관찰하면서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어 매일같이 감탄한다. 코끼리들이 예의를 갖춰 인사하거나 새끼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동물 사회가 인간 사회와 얼마나 비슷한지 새삼 다시 생각한다. 이가 모두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가 음식을 대신 씹어서 먹여주는 다정함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 노인을 돌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23쪽>

어디로 떠날지를 두고 소리 높여 싸우면서도 코끼리들은 서로를 존중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이 많은 암컷들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시간이 공정하게 주어졌다. 코끼리들은 다른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리를 냈다. <161쪽>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침팬지가 무언가를 보고 두려움을 느껴서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실 침팬지가 웃음을 짓는 상황은 우리가 웃을 때와 똑같다. 예를 들어 간지럼을 태우면 새끼 침팬지도 사람의 아기와 똑같이 웃는다. 웃는 의례는 인류와 침팬지의 공통 선조에서 비롯되었다. 웃음은 힘을 북돋우고 마음을 달랠 뿐만 아니라 집단을 단결시키고 유대감을 증폭시킨다. <183쪽>

늑대의 애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나는 늑대 무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열이 낮은 늑대가 죽었는데 무리에 남은 늑대 전부가 상실감에 빠졌기 때문이다. 소투스 무리를 관찰하기 막 시작했을 때 서열이 가장 낮은 암컷 늑대가 퓨마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가 죽자 늑대들은 6주 동안 놀이를 중단했고 함께 호흡을 맞추지도 않았다. 한 마리씩 따로 울 때도 서 있는 자세와 울음소리의 느낌이 보통 때와는 달랐다. 밤마다 늑대들의 합창을 들었던 연구자들의 귀에는 이번 울음소리가 특히 구슬프게 들렸다. <233쪽>

우리는 자존감을 바탕으로 의례를 행한다. 마음을 다해 서로 인사하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힘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한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큰소리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기리고, 우리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자연은 야생 의례에 다시 참여하는 길로 우리를 이끌어 더 풍요롭고 보람찬 삶을 살도록 돕는다. <304쪽>

[정리=김혜경 기자]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펴냄 | 36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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