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코치] 워라밸과 시간을 위하여
[조환묵의 3분 코치] 워라밸과 시간을 위하여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3.01.3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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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잡코리아]

2022년 11월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취준생, 대학생 2,294명에게 ‘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한 가지만 꼽아보게 했습니다. 조사 결과 ‘일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추구한다는 응답자가 47.2%로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다음으로는 ‘일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한다는 응답자가 31.3%로 많았습니다. 워라밸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응답률이 높아 20대에서는 29.8%, 30대에서는 35.5%, 40대 이상에서는 38.5%로 올라갔습니다.

[사진=사람인]

2020년 8월 사람인은 451개 기업을 대상으로 ‘MZ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회사에 원하는 것이 다른지 여부’를 복수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88.2%가 ‘다르다’라고 답했습니다. 

MZ세대가 회사에 원하는 것 중 이전 세대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으로는 ‘워라밸 중시 및 보장 요구’(62.1%, 복수 응답)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59%)이 2위로 나타났고 ‘개인의 개성 존중 받기 원함’(36.4%),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24.4%), ‘공평한 기회 중시’(21.1%) 등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1986년 미국에 소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들어 주 5일제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은 원래 기혼여성 직장인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모든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개념으로 발전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기혼여성 이직희망자와 이직 상담을 할 때 육아 때문에 정시 퇴근, 야근과 특근, 휴가 사용 등을 꼼꼼히 확인했으나 요즘에는 남녀와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워라밸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20·30대의 MZ세대들은 연봉 못지않게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헤드헌터가 젊은 후보자에게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제안해도 워라밸이 나쁘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업계에서 업무량이 많고 업무 강도가 세서 야근을 밥 먹듯 한다는 소문이 돌면 우수 경력사원을 채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워라밸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정시 퇴근,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생산성 위주의 회의, 명확한 업무 지시, 유연한 근무, 효율적 보고,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 사용 활성화, 관리자부터 실천 등 ‘일·가정 양립과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 혁신 10대 제안’을 2017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MZ세대들의 워라밸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문화, 인사정책, 복리후생 등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정시 퇴근을 독려하며 휴가를 자유롭게 쓰게 하고 회식과 워크숍 등을 간소화하거나 없애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외에 복장 자율화, 성과평가 투명화, 직급체계 파괴, 장기휴가제도 도입, 보육 지원 강화, 교육지원 확대 등을 시행합니다.

직장인의 이직 사유이자 이직 희망 회사의 선택 기준 일곱째는 워라밸과 시간입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는 ‘프로야근러’,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사축’이라는 신조어가 한때 유행했었죠. 우리나라는 장시간 노동이 아직도 국가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들 중 멕시코, 칠레 등 남미국가에 이어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노동시간이 깁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 됐으나 노동시간은 아직도 후진국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과 유수의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워라밸이 정착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까지 워라밸이 확산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아직 역부족입니다. 

그렇다면 정시에 칼퇴근하고, 야근도 없고, 휴가도 마음대로 쓰고, 저녁 회식이나 주말 워크숍도 없는 회사라면 무조건 좋은 회사일까요? 반대의 경우라면 무조건 나쁜 회사일까요? 산업마다 업종마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상황과 처지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워라밸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은 일하는 시간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일하는 시간의 개념이 바뀌어야 합니다. 시간의 양이 아닌 시간의 질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할 일을 끝냈으면 상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칼퇴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일 할 일에 차질이 없다면 자유롭게 휴가를 다녀올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간의 양을 따질 것이 아니라 시간의 질을 기준으로 일의 질을 평가해야 합니다. 시간의 통제권을 자신이 가질 수 있어야 워라밸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 곳이 워라밸이 좋은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일과 삶을 무 자르듯 단순히 나눌 수는 없습니다. 퇴근 길에도 그 날 있었던 고민거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에 가서도 계속 머리 속을 맴돌기 마련입니다. 야근도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입니다. 결국 일하는 시간을 내가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입니다. 이것이 급변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워라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이사 & 헤드헌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쳐 헤드헌팅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터득한 직장인의 경력관리와
이직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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