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없는’ 죽음에도 애도의 자리는 필요하다
‘연고 없는’ 죽음에도 애도의 자리는 필요하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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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정책을 ‘무덤 이후’로 확대”.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의 슬로건이다. 중점 추진 과제를 살펴보니 무연고자 등 취약계층에 공영장례 지원을 확대해 ‘장례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관계 단절 등으로 무연고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연 1,280명이었던 무연고사망자는 2021년 3,603명으로 3배 늘었다. 이들은 거주지 지자체가 공영장례를 운영하고 있다면 최소한의 존엄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화장 처리된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42%였던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 지원율을 2027년까지 7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장례는 떠난 사람에 대한 추모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의식으로서의 역할도 크다. ‘연고’가 없는 사람들의 죽음에도 장례식이 꼭 필요한 이유는 뭘까. 비영리 단체 나눔과나눔에서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해 온 김민석 팀장은 최근 출간한 책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지식의숲)에서 시민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린다. “왜 아무도 없는 사람의 장례까지 치러 줘야 해요? 그럴 예산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더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시 그의 동료는 이렇게 답했다. “애도가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우리 사회가 구분 짓지 않고 모두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대한다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에 관한 한 가지 불안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고립된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 이후가 걱정인 사람들에게 공영장례는 우리 사회가 내는 인기척이 될 수 있어요.” 공영장례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인기척’을 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무연고사망자로 분류되는 이들 중 정말로 세상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은 드물다. ‘무연고’를 판정할 때의 ‘연고’란 현재 기준으로 2촌 이하의 가족만을 뜻하는데, 이 범위에 해당하는 가족이 존재하더라도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이유로 시신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고인이 기초생활수급자일 땐 80만원의 장제급여가 나오지만,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장례를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게다가 이는 장례가 끝난 뒤에 청구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또 이들 이외에도 친척, 친구, 이웃 등 살아가면서 맺은 다양한 인연이 존재할 테지만, 이들에게는 부고조차 제때 닿지 않는다. 만약 친구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됐는데,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그저 보건 위생상의 이유로 ‘처리’됐다면 우리는 그 죽음 앞에 마음껏 슬퍼할 수 있을까.

한 해에 3천여명의 무연고사망자가 나온다면, 그들에게 각자 세 명씩만 인연을 맺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도 9천여명이 된다. 저자는 “무연고사망자의 주변 사람은 도덕적으로 비난받기 아주 손쉬운 타깃”이라며, “무연고사망자를 애도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슬퍼도 된다’라는 위로를 건네는 일이다. 그 누구도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는 일이 없도록, 상실의 아픔이 일상을 해치지 않도록”이라고 설명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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