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불안한데, 나도 혹시 공황장애?”
“너무 불안한데, 나도 혹시 공황장애?”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1.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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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에 이로운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큰 시험을 앞둔 입시생은 혹시 내가 시험을 망치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공부를 이어나가고, 과속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운전자는 안전운전을 한다. 동물적 감각인 불안은 초기 인류가 맹수를 피하고 다가올 위험에 대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불안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때다. 불안이 지나치게 커지면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지고, 심장 두근거림이나 숨 가쁨, 안절부절못함, 손 떨림, 통증과 같은 신체적 반응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증상들은 기존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오늘날에는 극심한 불안이 신체적, 정신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불안장애’라고 말하는데,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보건복지부 ‘2021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은 불안장애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이러다 죽을 것 같은” 공포를 호소하는 공황 장애는 이 불안장애의 극단적인 유형이다. 그런데 불안장애가 여러 유형으로 갈리는데다, 각자의 증상이 얼핏 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자신의 불안을 공황장애로 인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한준‧오진승‧이재병 등 3명의 의사는 책 『공황인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공황장애 평생 유병률은 0.4%에 불과하다. 가장 흔한 정신과 질환인 주요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이 7.7%임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며 걸리기 쉬운 질병이 아님에도 우리 주변에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황장애에 대한 단편적이고 부정확한 정보가 방송이나 인터넷, 유튜브, 블로그 등에 만연하다”며 “문제는 이렇게 비전문적인 정보를 인터넷에서 보고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판단해 오히려 병을 키우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견된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불안장애 유형에는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광장공포증 ▲특정공포증 등으로 나뉜다. 범불안장애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면서 갖는 과도한 불안이고, 사회불안장애는 인간 관계, 광장공포증은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는 어떤 공간이나 상황, 특정 공포증은 말 그대로 특정 대상이나 상황, 존재로부터 느끼는 공포를 말한다. 이 불안장애들의 공통점은 특정 조건 하에서 불안감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반면, 공황장애는 특정 조건과 관계없이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불안장애로, 기저 질환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는 가슴이 뛰고, 몸을 떨고, 가쁘게 숨을 내쉬는 등 갑작스러운 발작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에는 발작을 경험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예기불안’과 발작이 발생했던 상황을 최소한 피해보려는 ‘회피행동’ 때문에 일상을 온전히 보내기 힘들어 한다. 예상할 수 없는 불안과 발작으로 환자들은 피폐한 삶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공황장애의 판정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진단할 때는 발작을 경험한 뒤 예기불안과 회피행동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황장애를 잠시 겪었더라도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나도 모르게 회복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한번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정확한 진단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받아도 늦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섣부른 진단은 좋지 않다.

한편, 주변에 진짜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저자는 “공황장애는 고백하기 어려운 질환이고, 만약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이 여러분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면 그만큼 여러분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러니 공황장애 환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길 바란다. 섣부르지 않은 판단과 따스한 시선이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당부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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