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의 신’ 이금희의 말하기 비법은?
‘토크의 신’ 이금희의 말하기 비법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1.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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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희 아나운서 [사진=웅진지식하우스]

전 국민에게 각인된 아침을 여는 목소리의 주인공, 이금희 아나운서. 18년간 <아침마당>을 진행하고, 10여년간 <인간극장> 내레이션을 맡은 ‘국민 아나운서’이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에서 22년 6개월 동안 말하기 수업을 해 온 그가 최근 『우리, 편하게 말해요』(웅진지식하우스)라는 책을 출간했다. 아나운서처럼 멋지게 말하는 기술이 아닌, 일상 속에서 나와 상대를 모두 편하게 만드는 말하기의 태도와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어떻게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할 거라 믿고 그렇게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느냐고. 말을 잘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뜻밖에도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경청’이다. 말하기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대화의 일부분인 만큼, 내 말을 듣는 상대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것.

실제로 그는 강의를 하면서 1,500명의 학생들과 1:1 티타임을 가져 왔다. 학생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몰입해 들어 주는 경험만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일주일에 걸친 티타임 후 강의실로 들어선 그에게 신뢰의 눈빛을 보냈다. ‘말하기의 신’ 이금희의 단단한 자신감의 원천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이로서 사람들에게 받아 온 신뢰였던 셈이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말로써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이라며 ‘텍스트’보다는 ‘콘텍스트’, 즉 ‘단어’보다는 ‘맥락’에 신경을 써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그는 안 좋은 일을 겪고 있는 지인에게 “괜찮아?”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그렇게 물어 봤자 오히려 곤혹스럽게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명하게 위로하고 싶다면 템포를 늦춰 보자고 제안한다. 18년간 진행한 <아침마당>에서 하차할 당시, 하나하나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연락이 쏟아졌다. 물론 모두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정신이 없을 그를 배려해 길게는 사흘까지 기다렸다 보낸 사려 깊은 문자들은 더욱 가슴에 남았다. 이후 내린 결론이 “위로의 말은 한 박자 늦어지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지인이 아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발표나 면접 등에서는 어떻게 해야 편하게 말할 수 있을까. 먼저, 그는 “발표는 결국 기 싸움”이라며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하려면 무수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다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대본을 완벽하게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 책에서는 말할 내용을 전부 스크립트 형태로 써서 외우는 것은 말하기가 아니라 ‘읽기’라며, 말하기와 읽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한다.

결국 힘들더라도 말하기 자체를 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할 말을 문장이 아닌 핵심 단어로만 적고, 머릿속으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면서 말하는 연습을 한다. 전체적인 말의 흐름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돌발적인 상황에도 순발력 있게 대처하기가 쉬워진다.

그럼에도 말하기가 걱정되고 어렵다면 ‘빼기’의 기술을 활용해 보자. 이금희는 아나운서 시절 생방송을 맡거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먼저 주제에 대한 A4 100장 분량의 자료를 모은 뒤 밑줄을 치며 읽고, 밑줄 친 내용을 다시 요약하는 과정을 거듭해 딱 1장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 1장 분량의 내용은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떨지 않고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라도 최대한 말을 많이 뱉고, 점차 줄여 가야 한다. 책에서는 “초보일 때는 줄이는 건 쉽지만 늘리는 건 어렵다. 숙련된 후에는 늘리는 건 쉽지만 줄이는 게 어려워진다”며 “말을 줄이기가 쉽지 않네, 느낄 정도로만 말을 많이 해 보라”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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