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이름 모를 산에서 장례식장 옆 유품 처리소를 우연히 마주하였습니다. 그곳에 유품 처리 비용 1kg당 6,000원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소중한 물건이 1kg당 6,000원을 내고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된다니··· 우두커니 선 채로 한동안 그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17쪽>
여름엔 구릿빛으로 그을린 내 모습에 익숙해집니다. 발에 생기는 햇볕 무늬도 사랑스럽습니다. 남 이목에 마음 쓰며 움츠러들던 나는 이젠 없습니다. 화장이나 옷으로 꾸미지 않은 날빛둥이 내 모습이 더 마음에 듭니다.<39쪽>
생동생동 신선한 음식을 먹기 위해 발명한 냉장고…, 그러나 많은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오히려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83쪽>
울근불근 으드등거리며 나만의 가든한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밀어붙인 적도 있습니다. 정작 소중한 것은 놓치고 마는 어이없는 실수를 했습니다.<97쪽>
남들처럼 골고루 와구와구 먹고, 사회 관습대로 빠닥빠닥 생각하고,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한껏 꿈꾸던 하루하루, 어느 날 한 줄기 빛을 품은 천둥 같은 충격이 나를 휘감았습니다.<141쪽>
몸은 스스로 건강할 수 있는 길로 가려 합니다. 그 길을 애써 막지만 않는다면··· 몸이 속삭이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지만 않는다면···.<175쪽>
맥주는 술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40~50도 되는 코냑, 고량주, 안동소주를 좋아했습니다. 술맛을 일찌감치 알아 버렸고, 술자리에도 거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술을 딱 끊은 이유는 단지 건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187쪽>
절정에서 당당하게 모든 걸 놓아 버리는 벚꽃잎을 보며 바끄러웠습니다. 움켜쥘 줄만 알았던 내 모습이 홀홀 불면 날아가는 가녀린 벚꽃잎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벚꽃은 마지막 뒷모습조차 선연히 아리따웠습니다.<267쪽>
[정리=전진호 기자]
『날빛둥이가 속삭인다』
아침나무 지음 | AHee(아희) 그림 | 문빈 펴냄 | 316쪽 |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