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독’ 말고 ‘반복’하자
책, ‘다독’ 말고 ‘반복’하자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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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자산가 워런 버핏은 애독가이자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매일 책을 읽는 그는 앉은 자리에 단숨에 한 권을 읽기도 하고, 하루에 못해도 다섯 권은 읽어서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읽은 좋은 책 100권 정도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같은 워런 버핏의 독서 습관은 책 읽을 시간이 모자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권을 읽을 수 있는, 다독 노하우가 담긴 책들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다독은 분명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독서에 관한 명언 중에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위험하다”는 말이 있는데, 한 권만 읽은 사람은 그 안의 지식에 갇혀 독선적인 사고를 갖게 되니 주의하자는 이야기다.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논지의 책을 접하는 게 좋다는 것은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는 그 사람의 성실성을 말해줄 수는 있어도, 생각의 깊이는 잴 수 없다. ‘양질 전환의 법칙’처럼 일정량이 채워지면 질적인 도약을 한다고 하지만, 독서에서 ‘양’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의미없는 자랑거리만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책 『독서는 반복이다』의 저자 김범준은 “1년에 1,000권을 읽었다는 그들의 말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일은 그만하자”며 “권 수에 연연하지 말라.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지 않는 무차별의 책 읽기는 시간 낭비”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도록 책 한 권을 3번 읽는 반복 독서법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처음 책을 읽을 때(1회독)는 완독하는 데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책을 폈을 때 표지와 저자 소개, 머리말, 차례를 구경하고,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을 파악해본다. 그런 다음 본문을 읽는데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 10%를 찾아보고 좋은 문구나 괜찮은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는다. 저자는 “책 귀퉁이를 접는다는 건 내가 몰랐던 새로운 것 혹은 내가 알아야 했음에도 그동안 몰랐던 놀라운 것에 대해 경의를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2회독은 귀퉁이를 접은 페이지들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이다. 접어놓았던 페이지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에 밑줄을 친다. 저자는 “‘내가 왜 이 구절에 밑줄을 쳤는가를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인지 활동을 강화시켜준다”며 “훗날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던 상태를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독서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한다. 시간을 들여 같은 내용을 두 번 보면 기억에 더욱 더 남을 수 있다.

마지막인 3회독은 “읽은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드는 그리고 활용하는 과정”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책의 중심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 아닌 독자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으로부터 자기 삶에 필요한 바를 느끼고 그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적용해야 한다”며 “그래서 3회 독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처럼, 사소하지만 반복적인 독서는 굳어있던 두뇌의 혈을 뚫어줄 수 있다. 독서 전문가들의 “책 많이 읽어라”는 말에 겁먹었다면, 저자의 조언처럼 반복적인 독서로 책에서 삶을 바꿀 한 문장이라도 건져보는 건 어떠한가.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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