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책이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이유
기후위기 대책이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이유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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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류는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회담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한 발언이다. 그의 말처럼 기후위기는 현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난제다. 기후 변화 때문에 지금까지 지구에서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에 이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문제만큼은 온 인류가 ‘어떻게 하면 인류와 모든 생물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 좋겠지만, 도리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15년 퓰리쳐 상을 받은 언론인 앨리자베스 콜버트는 저서 『화이트 스카이』를 통해 섣부른 기후변화 대응 기술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재앙을 막아야 하지만, 그것이 지구와 인류를 위한 방법인지 살펴보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책은 위험한 기후 위기 대응 방법 중 하나로 ‘빛 반사 입자’ 살포를 제시한다. 거대한 비행기를 성층권에 보내 탄산칼슘이나 이산화황 입자를 뿌려 태양열을 막고 지구의 기온 상승을 억제하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 저자는 “이 기술은 온난화의 증상만 치료할 뿐,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거나 “한 가지 중독을 치료하려다 두 가지에 중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성층권에 보낸 입자는 몇 년이 지나면 땅에 떨어져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야 하는데, 비행기의 살포가 전쟁이나 감염병 등의 위기로 인해 멈추게 되면 더욱 급격한 온도 상승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비행기의 용량도 계속 커져야 하고 비행 횟수도 늘려야 한다. 저자는 “난처하게도 비행 횟수가 늘어나면 CO2가 더 많이 발생하며, 이는 더 큰 온난화를 야기하고, 그러면 더 많은 비행이 요구된다”고 덧붙인다.

나아가 저자는 “더 많은 입자가 성층권에 주입될수록 기이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며 연구자들의 말을 빌려 흰색이 새로운 하늘색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럿거스 대학교의 기후학자 앨런 로벅에 따르면 ‘하얀 하늘’이 지구 공학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의 20개 목록 중 14번에 해당한다고도 전한다. 다른 목록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뭄, 국가 간 갈등 등이 있다.

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많지만 저마다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같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과학자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기후 위기로 인한 절멸의 시나리오를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뭐라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심리다. 괴상망측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해서 그들을 나무라기는 힘들다.

다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말로 돌아가 보자. 정말로 인류는 ‘공동 대응’ 혹은 ‘집단 자살’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여 있다. 구테흐스 총장의 말대로라면, 진정한 인류의 공동 대응을 위해서는 과학자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기후 위기 대응 시나리오에 대한 리터러시와 올바른 정치적 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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