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가장 필요한 건 ‘질문’
[발행인 칼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가장 필요한 건 ‘질문’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2.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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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가 얼마 전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미국 TV뉴스 채널 CNN 기자 출신인 마리아는 필리핀에서 온라인 뉴스 매체 ‘래플러’를 설립하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과연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됐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필리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룰 거라 예상했지만, 레사는 상당 부분 SNS를 직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는 “소셜미디어 등이 발달하면서 가짜뉴스가 사실 보다 6배 빠르게 유통되고 있으며, 기술로 인한 초사회화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언론 압제가 가능한 사회로 이행시킬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라면 2년 안에 민주주의가 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거는 자신의 경험이었다. 그는 “당시 래플러의 발행인으로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고 관련법도 없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SNS 상의 바텀업(bottom-up) 공격이 두테르테 정권의 탑다운(top-down) 공격과 합쳐져 현실을 바꿔버렸다. 미국 선거조작 시위 역시 유튜버들 사이에 퍼진 이야기가 기성 미디어인 폭스 뉴스에 전해지고 트럼프가 얘기하면서 현실이 바뀌어버린 사례”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바텀업은 유튜버와 가짜 SNS 계정의 가짜뉴스 배포, 탑다운은 기성 미디어와 정치인이 가짜뉴스를 기정사실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레사의 말처럼 가짜뉴스는 무섭다. 잘못된 정보 하나로 사람들의 안전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을뿐더러 가짜뉴스에 현혹된 여론이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판별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신력을 갖춘 몇몇 언론마저도 가짜뉴스를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말이다.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이 있듯,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믿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레사는 ‘바람 앞의 등불’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팩트체크를 위한 저널리즘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하나가 더 필요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자세로 시민들도 가짜뉴스에 대한 변별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정재철의 책 『슬기로운 팩트체크』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은 주로 가짜뉴스 가려내는 노하우를 설명하는데, 이 중 ‘세 가지 질문만 기억하세요’라는 장이 흥미롭다. 이는 영국의 대표적인 팩트체크 기관인 ‘풀팩트’가 대중들이 온라인 정보를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 제시한 3가지 질문이다.

이 3가지는 기사에 적시된 출처가 어디인지, 기사 내용에 무엇이 부족한지, 그 뉴스를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뉴스를 읽은 후에 기분에 대한 부분은, 가짜뉴스 제작자가 우리의 분노 혹은 희열 등의 감정을 이용해 많은 조회수를 얻으려고 한다는 점을 들어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정보의 홍수 속에서 썩지 않은 식수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민주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예리한 ‘질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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