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왜 목욕탕에 못 갈까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왜 목욕탕에 못 갈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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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소한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기본적으로 의료폐기물 또는 생활폐기물로 분류‧처리되지만, 반려동물을 또 다른 가족으로 여기며 아끼고 사랑하는 보호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성의와 애정을 담아 보내 주고자 한다. 그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다. 최근 출간된 책 『당신이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행성B)에서 저자 강성일은 11년차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서, 동물 장례라는 개념이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부터 꿋꿋하게 개척해 온 반려동물 장례의 세계를 보여 준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대중목욕탕이나 영화관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전체 장례를 총괄하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경우 365일 24시간 장례 상담 전화를 받아야 하기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장소에는 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죽음엔 휴일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직업인 만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상담 전화를 받는데, “그 많은 상담이 하나하나 부고인 셈”이다. 사람으로서 타격이 없을 수 없지만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슬픔으로 경황이 없는 보호자를 대신해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물론, 때로는 단호하게 보호자를 설득해 한 번뿐인 장례를 후회 없이 치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장례지도사가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전문적으로 어루만져 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보호자들은 위로를 받기도, 상처를 입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장례도 사람의 장례처럼 염습, 수의 입복, 입관, 화장 등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죽은 동물들의 상태는 다양하다. 혈흔 등의 분비물을 깨끗이 수습하고, 사고를 당한 동물 등 경우에 따라 상처를 봉합하거나 출혈을 수습하는 것도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일이다.

장례식장에 오는 반려동물의 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화장 시설에서는 약 70kg 이하 반려동물까지 장례를 치를 수 있는데, 패럿, 토끼, 라쿤, 미니피그, 앵무새, 물고기, 햄스터, 고슴도치, 파충류 등도 이 조건에만 부합한다면 가능하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제외한 특수 반려동물의 장례 비율은 현재 15% 정도지만, 그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까지 공식화된 루트는 없다. 반려동물 장례 이론과 실무 검정을 민간 교육기관과 단체에서 맡고 있기는 하지만, 통일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국가 공인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아 자격증 취득이 곧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자격을 부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래 유망 직업’으로 꼽히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직업임을 강조한다. 생각보다 높은 사명감과 배려심, 인내심이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다. 보호자가 느낄 감정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정과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장례지도사는 항상 올바른 장례문화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며, 사업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물의 장례를 장사로 받아들이는 순간 지금껏 긍정적으로 변화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시선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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