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에서 이국적이고 드라마틱한 시 세계로 주목받았던 주하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9년 만에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서 그의 여성 화자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관망하는 대신, “피하지 않을 것이다”(시 「모티바숑」 中)라고 선언하며 정직하게 고통을 받아들인다. 그의 시 속 여름은 파도가 너울대는 싱그러운 계절이 아니라 끔찍한 사건이 지나간 뒤, 온통 피 흘리고 부패하는 것들이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계절이다. 『여름 키코』를 통해 독자들은 “어두웠다 천천히 빛으로 가득해지는 장면처럼”(시 「천엽벚꽃」 中) 여름이 허물어진 자리에서 차오르는 새로운 여름의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여름 키코
주하림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144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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