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속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앤솔러지(anthology) 출간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앤솔러지란 한 가지 주제나 장르 아래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모아 출간하는 선집을 말한다. ‘꽃을 따서 모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앤톨로기아(anthologia)에서 온 말로,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앤솔러지는 하나의 테마에 관해 다채로운 시각과 해석을 접할 수 있는 장점으로 사랑받고 있다. 평소 관심 있던 작가의 생각과 작품을 따라 읽다 취향에 맞는 작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 역시 앤솔러지의 매력으로 꼽힌다.
왼쪽부터 『어린이의 마음으로』, 『사물들』(랜드마크), 『여행하는 소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앤솔러지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내 문학 분야에서 앤솔러지 출간 증가 흐름이 두드러진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집계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에세이 및 소설 앤솔러지 신간 종수는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국내 에세이 앤솔러지 출간 종수는 330종으로 2019년 대비 약 2.7배 증가했으며, 국내 소설 앤솔러지 출간 종수는 133종으로 역시 2019년 대비 약 1.14배 늘었다.
앤솔러지 출간 흐름은 젊은 작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예스24 ‘2022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후보(김병운·김혜진·문목하·박상영·박서련·백은선·설재인·연여름·우다영·이유리·임솔아·정현우·조예은·천선란·최유안·최지인)만 살펴봐도 앤솔러지를 1회 이상 출간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독자층 역시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가 최근 3년간 국내 소설 앤솔러지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21.17%)이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40대 여성(20.31%)과 20대 여성(17.03%)이 뒤를 이었다.
왼쪽부터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국립존엄보장센터』,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점차 세분화되는 독자들의 취향에 맞춰 장르문학 앤솔러지도 성장 중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SF소설 앤솔러지의 출간 및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수록되는 앤솔러지의 특징이 장르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예스24가 최근 5년간 국내 SF소설 앤솔러지 출간 종수를 집계한 결과 2017년 한 자리 수였던 출간 규모가 2019년부터는 두 자리 수로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출간된 한국 SF소설 앤솔러지는 13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의 출간 종수에 근접했다. 판매량 역시 작년 상반기 대비 50.7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왼쪽부터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일인용 캡슐』, 『네메시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주제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시의성 또한 앤솔러지의 특징 중 하나다. 하나의 사안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생각이 담긴 앤솔러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균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기후 문제나 젠더 이슈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모험적인 주제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젊은 소설가 8인의 테마 소설집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는 최근 익숙하게 사용되는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단어와 그 뒤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일인용 캡슐』은 기후위기를 주제로 지구와 인류의 방향성에 대해 고찰하는 4인4색 소설이 담긴 앤솔러지다. 『네메시스』는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한 여성 작가 4인의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작가들의 경험이 투영된 심리 묘사가 생생하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