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이야기’를 배달하는 이유
배달의민족이 ‘이야기’를 배달하는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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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국제도서전 배달의민족 부스. 방문객들이 직접 쓴 이야기로 벽을 채웠다.

“배달의민족은 맛의 감각, 밥 한술의 사랑, 그리고 이 모든 걸 감싸는 이야기의 힘을 믿습니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이색적이었던 공간은 단연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꾸민 ‘쓰여지지 않은 책을 전시합니다’ 부스였다. 언뜻 책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배달 플랫폼 기업의 부스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입장하는 순간 모두가 ‘작가’였다. 관람객들은 음식 관련 키워드 하나를 골라 자신만의 음식 취향, 음식에 얽힌 기억 등을 짧은 글로 풀어냈다. 글을 제출하면 작가 뱃지를 받을 수 있었는데, 물질적 보상보다는 독자를 작가로 만들어 준다는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모인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브랜딩과 마케팅에 ‘진심’인 기업이다. 일상 속 음식 이야기를 다루는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 식재료를 탐구하는 푸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F> 등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들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왔다. 올해 초에는 소설가 박서련과 협업한 프로젝트 ‘소설가가 입사했다’를 선보이기도 했다. 배민 앱의 이용자라는 박서련 작가는 고객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냈고, 우아한형제들은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와 문화는 물론 젊은 세대의 관심사인 환경 이슈에 대한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알렸다.

최근 출간된 책 『스토리만이 살길』은 배민이 음식뿐만 아니라 이야기(스토리)의 전달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를 짐작하게 해 주는 책이다.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CBO(Chief Brand Officer)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스토리는 힘이 세다. 사실과 논리를 모두 이겨 먹고도 남는다”라고 말했다.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과 잘 정돈된 논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사실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다. “사실이란 어중간하고 두루뭉술해서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같은 사실도 스토리를 통해 전달하면 주목하는 성질을 지녔다. 행동과학자 제니퍼 아커에 따르면, 우리는 설명을 들은 것보다 스토리를 통해 깨우친 것을 22배 잘 기억한다고 한다.

또한 스토리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렇게 주장한 인지 신경 과학자 라우리 눔멘마는 우리가 스토리 덕분에 말이나 글로 표현된 감정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 따르면 감정을 전파한다는 것은 그 기저에 깔린 사고도 같이 전파하는 것이다. 어떤 스토리에 빠져들면, 우리의 뇌는 스토리의 화자와 동기화된다. 스토리를 잘 이용하면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뿐만 아니라 그 감정을 왜 느끼는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모두 자기만의 서사를 렌즈 삼아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별하는 거름망 역할을 하는 ‘인지적 무의식’의 평가를 거친다. 여기서의 중요도는 주관적인 의미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 의미를 부여하는 맥락이 바로 스토리다. 우리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정보의 의미를 맥락에 따라 판단하고, 맥락이 없거나 자신의 세계관에서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무시해 버린다. “남을 설득하려면 듣는 사람의 스토리와 통하는 스토리를 들려주어야 하는” 이유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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