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 ‘추천도서’가 답은 아니다
책 육아, ‘추천도서’가 답은 아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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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책 육아는 트렌드가 됐다. 책 육아의 정의나 방법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책 육아를 시도하는 보호자들은 무작정 책을 많이 읽히려다 역효과를 낳기도 하고, 맘카페 등 관련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나누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최근 출간된 책 『그림책 소통 육아』(한국경제신문i)는 이런 과정을 모두 경험해 본 선배의 이야기다.

16년차 현직 교사인 저자는 책 육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말이 늦던 저자의 아이는 꾸준한 책 육아를 통해 어느새 평균보다 뛰어난 언어 발달을 이루게 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따뜻한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저자는 아이를 지켜보며 독서가 전반적인 교육의 큰 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고, 그림책 소통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교육 정보의 홍수 시대, 엄마의 욕심과 불안보다는 아이의 성장과 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책 육아 노하우는 무엇일까?

책, 편식할 자유를 주자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또는 관심 있는 주제나 대상이 나오는 책만 반복해서 읽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보통 편식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책만 골라 읽는 ‘편독’을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편독은 결코 우리가 바로잡아 줘야 할 나쁜 습관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자신의 독서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을 탐구해 나간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같은 책에서도 매번 새로운 그림이나 내용을 발견하며, 어제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오늘 새롭게 깨닫는다. 또한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상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경험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편독은 아이가 독서에 재미를 붙이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한 번 독서의 재미를 깨달은 아이는 보호자가 애써 교정해 주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변화하는 호기심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즐기는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추천도서 맹신은 금물

많은 도서관과 출판사들이 추천도서 목록을 제공한다. 연령과 주제별로 잘 정리된 목록은 일일이 책을 찾는 수고를 덜어 준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가 목록에 있는 책을 모두 (…) 즐겨 읽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한다. 아이들마다 취향과 읽기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선별 작업을 거치지 않고 추천도서에만 의지하는 것은 “아이가 읽을 책을 고르면서 정작 아이를 중심에 두지 않는 오류”이며, 이 때 “아이가 책을 멀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아이의 독서 취향과 더불어 아이가 어느 정도의 ‘글밥’을 소화하는지, 복합적인 스토리를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책을 골라야 한다. 책에 따르면 아이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수준에 맞는 책을 읽을 때 성취감을 느끼며 좀 더 복잡한 책도 시도해 보게 된다.

전집 vs 단행본?

아이에게 전집을 읽혀야 하는가, 단행본을 읽혀야 하는가는 의견이 갈리는 문제다. 저자는 아이를 키울 때 전집을 메인으로 책장을 구성했다고 한다. 좋은 단행본을 찾기 위해 쏟는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게 많이 소비됐고, 아이가 한참 독서에 빠져 하루에도 수십 권이 넘는 책을 읽게 되자 한 권씩 엄선해 구비한 단행본으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에게는 취향에 맞는 몇 권의 단행본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아이가 독서에 빠져 책을 쌓아 두고 읽는 시기라면 전집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이의 성향에 따라 똑같은 판형과 비슷한 분위기를 띤 책들이 일렬로 꽂혀 있는 모습을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아이의 독서 시기와 취향을 고려해 (전집과 단행본 중) 한 가지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를 적정한 비율로 병행”하라고 조언한다.

무엇을 위한 책 육아인가

육아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는 책 육아에 대한 정보와 후기가 넘쳐난다.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좋지만, 다른 집 아이와 독서량을 비교하며 조급함을 느끼고 독서를 강요한다면 아이는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 될 수 있다. 하루의 목표 독서량을 정하는 대신 가장 여유로운 시간대를 독서 시간으로 정해 두고, 그 시간만큼은 아이와 함께 온전히 그림책에 빠져 그 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양한 독후 활동은 아이가 책의 내용을 더 재미있게 체화할 수 있도록 돕고,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SNS 기록을 위한 사진 촬영이 아이와의 교감보다 우선시된다면 주객전도다. 저자는 “독후 활동은 (…)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필수 활동이 아니다”라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해야 독후 활동, 나아가 책 육아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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