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책’이 전합니다 “OTT 없인 못살아’
‘상반기 책’이 전합니다 “OTT 없인 못살아’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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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본집이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드라마가 방영된 지 이미 5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종영된 직후 시청자들이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대본집을 사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본집이 뒤늦게 출간되고, 베스트셀러에도 오르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현상이 불과 3년 전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납득할 수 있다. 바로 OTT(Over The Top) 서비스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OTT 서비스 이용자도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애플TV+ 등 OTT 서비스에서는 최근 인기 방영작뿐만 아니라 과거에 종영돼 다시 보기 힘들었던 작품까지 많은 드라마가 포함돼 있다. 이는 자연스레 <나의 아저씨> 시청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고, 드라마를 인상 깊게 본 시청자들이 대본집을 구매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즉, 대본집 인기 현상은 높아진 OTT의 위상을 방증한다.

이 같은 OTT의 영향은 <나의 아저씨> 외에도 올 상반기 도서 시장 곳곳에 남았다. 책으로 출간된 인기 드라마 대본집과 포토 에세이는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온라인서점 예스24 관계자는 “1월부터 6월 7일까지 출간된 대본집은 총 21종으로 최근 3년 이래 가장 많았으며, 판매량 역시 작년 상반기 대비 108.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1월 종영한 SBS <그해 우리는> 대본집은 나란히 판매 1‧2위를 차지하며 10만 부 이상 팔렸다. 또한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 포토 에세이는 누적 판매 6만 부를 달성했다. 그 외 <옷소매 붉은 끝동>, <술꾼도시여자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기상청 사람들> 등 많은 인기 드라마 대본집들이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으며, 같은 맥락에서 최근 종영한 <우리들의 블루스>의 대본집 또한 독자들 사이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례없는 대본집 인기 현상에 주요 인터넷 서점들은 도서가 콘텐츠 팬덤에 ‘굿즈화’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예스24 측은 “대본집의 이러한 인기는 영상을 통해 느꼈던 감동과 여운을 활자로 되새기며 더욱 풍성하게 감상하고자 하는 수요와 함께,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나의 물성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소장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편, 인기 드라마의 책은 도서 시장의 수익 보증 수표가 됐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드라마가 종영하기도 전에 드라마 제작사와 출간 계약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원작 소설이나 만화책이 영상화 논의를 거쳤던 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과연 OTT 드라마 와 책 간의 주도권 싸움은 어떻게 진행될까.

교보문고 관계자는 “큰 틀에서 도서 시장 역시 콘텐츠 시장 중 하나겠으나 ‘고객의 시간을 지배하는 싸움’이라는 관점에서 도서 시장과 타 콘텐츠 시장은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다만, 코로나 기간 동안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단계로 시너지를 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듯 하다”고 분석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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