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그 문장이 책 전체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남은 고전 속의 한 문장에 담긴 의미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독서신문과 필로어스가 고전 속 한 문장을 통해 여러분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고, 풍성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편집자 주 |
오이디푸스 왕은 비극적인 삶에서 무엇을 깨달았을까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는 인간 중에 가장 비극적인 인간, 오이디푸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는 끔찍한 신탁의 숙명을 지닌 인간입니다. 그래서 어려서 버려졌으나 결국에는 운명의 장난으로 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죠.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에서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죄악을 깨닫고 두 눈을 찔러 스스로 장님이 됩니다. 그리고 딸 안티고네에게 의탁하며 남은 삶을 비극적으로 연명하죠.
독서토론 멤버들은 그가 홧김에 아버지를 죽이고, 홧김에 신탁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말했고, 홧김에 예언자에게 폭언을 해서 비극적인 진실을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도 분노로 아들을 저주하고, 분노로 크레온과 다투는 장면에서 의문을 표했습니다.
분노라는 감정 때문에 인생을 한 번 망친 오이디푸스가 계속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과연 성장한 것일까요?
다수의 멤버들은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삶과 비극이 대해 초연해졌음에 주목했습니다. 그에게 어떤 긍정적인 성장이 있었고, 계속 분노하는 이유는 이전의 분노를 이겨내면 새로운 분노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소수의 멤버들은 그가 성장하지 않았고, 두 눈을 찌른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끝났으며 영원히 멈췄기 때문에 계속해서 분노한다고 답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이디푸스는 운명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성장했음에도 영원히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일까요? 아니면, 그는 두 눈을 잃은 이후 시간이 뭄춰버린 채 분노하던 오이디푸스의 마지막 모습에서 멈춰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