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 그렇게 읽는 거 아니다
영어 원서, 그렇게 읽는 거 아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6.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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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영어 원서를 읽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영어 문장과 이야기를 접함으로써 더 익숙해지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영어 원서는 만만치 않다. 평소 교과서에서 접하지 못하던 현지인의 생소한 단어와 문법을 의식적으로 해독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서를 읽으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휘를 암기하고 줄거리를 요약하려고 한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일단 많이 읽다보면 영어 실력이 자연스레 향상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책 『영어원서 깊이읽기』의 저자 함종선은 영어 원서 읽기는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족사관고‧하나고 등 자립형사립고등학교에서 20년 동안 영어 독서 교육에 매진한 그는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이 영어 실력이 좋은 이유는 학습 능력이 남다르거나 어릴 때부터 원서를 자주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그들의 학업 능력과 열의는 남다르지만, 영어에 대한 비범한 능력을 지녔거나 해외 거주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많은 원서를 접한 것은 아니라고 전한다. 즉, 관건은 지적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원서를 읽을 때 “상징적 장치나 아이러니, 서술 관점, 함축된 의미, 도덕적 가치에 대한 문제제기 등의 중요한 생각거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무슨 말일까. 저자는 널리 알려진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을 예로 든다. 애플의 CEO였던 그는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으로 IT 역사에 기록될만한 여러 제품을 탄생시켰다. 평소 그는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는데, 연설문에서도 성공과 실패에 대한 ‘다른’ 생각이 드러난다.

“I didn’t see it then, but it turned out that getting fired from Apple was the best thing that could have ever happened to me. The heaviness of being successful was replaced by the lightness of being a beginner again, less sure about everything. It freed me to enter one of the most creative periods of my life.”

(그 당시는 알지 못했지만, 애플에서 해고당한 것은 내 인생에서 일어난 최고의 사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성공의 무거움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다시 시작하는 이의 가벼움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나는 자유로워졌고, 나는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기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성공과 실패는 무거움과 가벼움으로 비유된다”며 “성공의 무거움은 성공한 사람이 차려야 하는 사회적 체면이나 기대 등, 사람을 옭아매는 사회적 힘을 말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성공은 좋은 것, 실패는 나쁜 것으로 여겨지는데, 성공과 실패를 무게감으로 표현하는 그의 독특한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그의 독특한 생각을 읽지 않고, 어휘나 줄거리 파악만 하고 넘어가면 영어는 어렵고 지루한 인상만 남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자, 이제 영어 원서를 펼쳐서 문장에 담긴 특별한 의미에 집중해 읽어보자. 저자는 “책은 단지 언어를 공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성이 발달한다”며 “영어로 된 책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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