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⑫]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좋은 책 잘 만들고, 잘 팝니다”
[출판사 탐방⑫]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 “좋은 책 잘 만들고, 잘 팝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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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비롯해 김이나 작사가의 첫 책 『김이나의 작사법』,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 등 굵직한 베스트셀러를 꾸준히 펴내 온 ‘스타 편집자’ 이연실. 그가 지난달 문학동네 임프린트 ‘이야기장수’의 대표가 됐다. 임프린트란, 편집자가 자기만의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게 해 주는 출판계의 사내 벤처 시스템이다. 추후 독립적인 법인을 가진 계열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문학동네 계열사인 글항아리, 달 등도 임프린트로 시작했다. 

“일단 해 봐야죠, 재밌게.”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단지 문학동네 사옥에서 이연실 대표를 만나 이제 막 첫발을 뗀 ‘이야기장수’의 이야기보따리를 살짝 엿봤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이야기장수’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처음 이름을 지었을 때 사람들이 놀랐다. ‘이야기’는 좋은데, 책은 지성과 학식의 압축 같은 것인데 거기에 어떻게 ‘장수’라는 말을 붙일 수 있냐며… 하지만 세상에 퍼져 나가라고 책을 만드는 것 아닌가. ‘장수’ 정체성이 나한텐 되게 중요했다. 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거리의 사람들한테 소리를 쳐 가며 파는 것이 언제나 편집자로서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찌나 다들 반대하던지. 포기할까 했었는데 몇몇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다. 쉽고, 한글이고, 부르기 좋은, 내가 신나는 이름을 짓고 싶었던 것 같다.”

Q. 다른 이름 후보도 있었나.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재미꾼’, 나중에 브랜드 이름으로 쓸 거다. 또 다른 하나는 ‘누룽지’. 이름을 짓느라 너무 고민을 하니까 “그냥 네가 좋아하는 걸로 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좋아하는 ‘누룽지’로… 종이 이름 같기도 하고 발음도 귀엽고, ‘밥을 하고 남아 있는 고소한 것’이라는 의미도 좋아서 그렇게 할까 했는데, 누룽지 출판사는 이미 있더라.”

Q. 문학동네에서 16년간 편집자로 일하다 임프린트 브랜드의 대표가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대표가 되기 전 팀장으로 오래 있었는데, 팀원들의 역할이 정말 컸다는 걸 깨닫고 있다. 혼자서 더 많은 일을 해 내야 하니 바쁘고, 잠도 덜 자게 됐다. 그렇지만 항상 ‘할머니 편집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얘기하면서도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하나의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좋다. 자기 브랜드를 갖는 건 많은 편집자들의 꿈이다. 임프린트 브랜드인 만큼 대표나 편집이사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고, 마케팅 등에 있어서는 회사의 도움도 받지만, 기획과 편집에 있어서 자율성을 많이 갖게 됐다. 이 자유를 잘 굴려 보고 싶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업무 환경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편집자로 일하며 쌓은 경험이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나.

“오래 몸담았던 곳에 둥지를 튼 거라 익숙한 부분도 있다. 임프린트를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같이 일해 온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 나한테는 그게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디자이너, 마케터, 제작자, 관리부 다 가족 같은 분들이다.

벌써 많은 작가들과 출간 약속이 됐다. 대형 출판사 편집자로만 일해 왔기 때문에, 신생 브랜드의 대표가 됐을 때 과연 작가들이 이전처럼 함께해 줄까 싶었는데 감사했다. 또 외서 편집의 경우, 번역가의 역량이 정말 중요한데 제일 많이 하게 되는 영어권의 경우 선호하는 몇 명의 번역가를 우선 고려 중이다. 새로운 번역가의 경우, 이전에 함께 작업했던 출판사나 편집자에게 물어보곤 한다.”

Q. 기존에는 작가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았던 편집자들이 책과 방송 등으로 이름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편집자를 보고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도 생겼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에서 ‘스타 편집자’니 ‘마이더스의 손’이니 하면 남사스럽지만, 예전에 안 해 봤던 일들을 많이 하게 되긴 했다. 예를 들어 라디오 스케줄은 항상 작가를 따라가서 스튜디오 밖에만 있었는데 직접 출연하기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출판 기자들과 독자들이 만들어 준 환경인 것 같다. 예전에는 미용실 같은 곳에 가서 직업을 소개하면 사람들이 편집자가 뭔지 몰라서, “책을 쓰시는 거예요? 아니면 책 공장에서 책을 제작하시는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이제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책뿐만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궁금해하고 재밌어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편집자들이 많아서, 나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재밌다. ‘출판계는 사양 산업이고, 편집자들은 착취만 당하고 맨날 야근한다’는 고정관념과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편집자의 노동환경이 완전히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하나하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런 일도 없는 것 같다. 나름대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는 직업이라는 것, 책 만드는 일의 재미를 더 보여주고 싶다.”

Q. 이연실 대표가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만든 ‘스타 편집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좋은 책’과 독자에게 ‘읽히는 책’의 교집합을 명확하게 겨냥해 온 덕분이다. 많은 출판인들이 ‘좋은 책’과 ‘읽히는 책’ 사이에서 방황하는데, 어떻게 자신만의 방향을 확고하게 잡을 수 있었나.

“나는 신입 때부터 책을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이 팔고 싶었다. 물론 인센티브 같은 요소도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고가 들어갔는지를 알기 때문에 안 팔리면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았다. 특히나 작가들이 최소 6개월, 1년씩 고민을 하며 쓰는데 당연히 팔기 위해서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 잘 팔기 위한 비법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온갖 걸 다 해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를 좋아하는데, 주인공 에츠코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또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올게. 언제까지나.” 독자들이 보기에 편집자는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티 나지 않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들을 계속 하면서 책을 쓸데 있게 만들어 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Q. 당초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입사 후 한 달 만에 에세이·비소설팀으로 배정됐다. 생소한 분야라 “경계 없음, 체계 없음, 막연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연실에겐 다양한 책을 낼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은데.

“그때는 새로 만들어진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정확히 몰랐고, 좌천되는 걸로 생각해서 선배들한테 앙탈을 부리기도 했다. 지금은 ‘소설 팀에 계속 있었다면 지금까지 책을 만들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만약 그랬다면 소설을 만들기보다는 결국 쓰고 싶어 했을 것 같다. 완전히 다른 길에 들어서면서 편집 일의 재미를 느꼈다. 

특히 에세이 편집자는 여러 정체성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써 보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는다는 점에서 기자 같기도 하고, 영화감독 같은 면도 있다. 에세이 편집자가 아니었으면 절대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나는 서태지 ‘덕후’(열렬한 팬)라 대중음악에 대한 경외가 있고, 대중문화가 시나 소설보다 못하거나 예술성이 떨어지는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에 비해 훨씬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 궁금했는데, 그래서 김이나 작사가를 만났을 때 되게 좋았다. 평범한 회사원들을 만날 때도 좋다. 2013년에 왜소증 장애를 가진 대기업 직원의 책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를 만들었는데, 나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이 일하며 살아가는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람들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좋으면, “혹시 책 만드실 생각 없으십니까” 하면서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좋다.”

Q. 서태지 ‘덕후’라고도 말했는데, ‘덕후’적인 기질이 편집자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는 내 인생 노래다. 그 노래가 나왔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당시 서태지가 한 모든 무대의 관중석에 내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대를 보러 가야 했기 때문에 별 짓을 다 했다. 조퇴를 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눈알을 만져서 충혈되게 한 적도 많아서, 지금도 눈이 굉장히 나쁘다. 그때 그 마음이 나를 만들었다. 좋아하면 집요하게 찾아다니면서 보는 스타일이다. 편집자의 여러 면모 중에서 제일 좋은 건 회사에서 돈 받으면서 ‘덕질’을 할 수 있다는 것. 영원한 ‘덕후’로 살 수 있는 직업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장래희망은 “백발이 돼서도 교정지 든 에코백 메고 저자 미팅 현장과 서점을 누비는 ‘현직’ 할머니 편집자”라고 밝혔다. 그만큼 편집자는 수명이 짧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할머니 편집자’가 많아지려면 업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책이 팔리는 규모가 사람들의 생각보다 작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1인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유능한 젊은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 

또, 바쁘게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새로운 자극을 얻기가 힘들다. 2018년에 출판진흥원 인력양성 지원 프로그램으로 뉴욕의 출판사와 서점들을 열흘 정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너무 큰 자극을 받았다. ‘사이먼 앤 슈스터’ 같은 대형 출판사들은 광화문에 있는 증권사들처럼 고층 빌딩이고, 안에 오디오북 만드는 스튜디오들이 딸려 있다. 어떤 출판사는 심지어 그 출판사만을 위한 도서관과 사서를 갖추고 있었다. 시야가 트이는 경험이었다. 출판계에 정부가 주는 지원이라는 것이 책을 사 주거나 지원금을 주는 것에 치중되는데, 한국 출판계를 키워 나갈 실무자들, 젊은 출판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비관적인 말로, ‘출판계 정년은 45세’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편집자로서 연차가 쌓일수록 선택을 해야 한다. 기업 조직 안에서 관리자가 될 것인가, 1인 출판에 모험을 걸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관리자는 잘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계속 재밌게 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생겨야 한다. 임프린트 제도도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항상 할머니 편집자가 되고 싶다고 말해 왔는데, 실무를 보는 할머니 편집자를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출판사들이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연차가 높은 편집자를 (연봉 때문에) 꺼리기도 한다. 업계에서 경험과 연륜을 가진 편집자들을 더 대우하고, 계속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정년을 보장하는 출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Q. 이야기장수의 첫 책인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의 『전쟁일기』는 현지 출간 없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출간해 화제가 됐다. 보통 외서 출간에는 최소 두 달 정도가 걸리는데, 한 달 만에 빠르게 출간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 전쟁이 터지면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다시 보는 독자들도 많아졌고, 우리 시대에 벌어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책으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던 한 독자를 통해 작가와 연결이 됐다. 작가는 “하루라도 빨리 내 주세요” 이런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내가 하루라도 빨리 내야 되겠더라. 전쟁이 터지고 난 뒤 피난 생활을 하며 기록한 하루하루의 절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들과 헤어져 손이 잘린 것 같은 심정이다, 절단된 손의 통증을 매일매일 느낀다고 쓴 문장을 읽는 순간 몸이 떨렸다. 이 책이 출간될 때 벌써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당연한 것처럼, 덤덤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간을 허락해 주고, 원고를 건네 준 작가에게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리한 일정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이빨이 세 개나 빠졌다. 하지만 나의 수고로만 나온 책은 아니다. 우선 정소은 번역가의 공이 컸다. 러시아어권 문화 전문가로서 생소한 나라인 우크라이나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줬고, 출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실시간으로 작가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원고에 어떤 의견을 피력하면 번역가가 작가에게 전달을 하는데, 보통 그럴 때 번역가가 번역 작업과 점검을 위해 최소 하루의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정소은 번역가는 어떤 시간대든 양측의 의견과 원고를 바로 번역해서 넘겨줬고, 덕분에 전체 일정이 엄청 단축됐다. 디자이너도 고생이 많았다. 디지털 파일을 받아서 책에 앉혀야 하는데, 작가가 피난 중에 스캔을 받을 수가 없으니 휴대폰 사진으로 받아서 디자이너가 직접 선을 따 작업했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 같으면 욕먹을 일인데, ‘우크라이나’라는 말에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줬다.

한 외신 기자가 한국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내용을 보도했더니, 작가 SNS에 사람들이 러시아어로 욕을 남기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전쟁 안 끝난다” 이런 식으로. 큰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작가는 의연하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했다. 지금 사회 기간망 자체가 무너진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고 있어 현지에서는 책을 낼 수가 없다.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는 외국에서도 책을 내 봤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라, 한국 언론사나 독자들이 책을 읽고 리뷰해 주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놀라워했다. 이제 세계 각국에서 계속 출간이 될 텐데, 그런 것들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Q. 출간 이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쟁일기』의 수익 일부는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된다. 책을 내고 너무 감동적이었던 게, 독립서점들이 책을 입고해 주는 것만으로도 기부에 동참하는 것인데 입고뿐만 아니라 판매 수익을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기부하는 경우가 있었다. 제주의 만춘서점과 아무튼책방, 경기도 화성의 갈피책방, 울산의 책빵자크르… 너무 감사해서 이름도 다 기억하고 있다. 운영만 해도 쉽지 않은 독립서점에서 자기 수익을 포기하고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고, 우리가 다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다. 책이 정말 상품이 아니고 이렇게 사람들의 선의를 담는 그릇이 되는구나 싶어 뭉클했다.

작은 출판사를 시작하고 나서 작은 서점들의 존재 가치를 더 잘 알게 됐다. 작은 서점들이 작은 출판사의 책을 아껴 준다. 이야기장수는 큰 회사에 브랜드로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혼자 애를 쓰는 부분에 대해서 격려해 주고 지켜봐 주신다. 나는 예전부터 독립서점에 가면 지나치다 그냥 들렀어도 반드시 책을 한 권 이상 사서 나온다.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사면 편하기도 하고, 굿즈 등의 혜택도 있으니 나도 온라인서점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작은 서점들이 없어지면 책이 나오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큰 출판사의 책만 주목받고, 작은 출판사들은 고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독자들도 독립서점을 좀 더 이용해 줬으면 한다.”

Q. 에세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다수 편집해 왔는데, 이야기장수 출판사의 첫 책으로는 그림책을 출간해 의외였다. 첫 책인 만큼, 좋은 결과를 위해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림의 비중이 높은 책이다 보니 그림 파일을 다루는 법이라든지, 그림책을 많이 해 본 디자이너와 상의를 해 가면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책이기는 하지만, 서점에서는 그림에세이로 분류되기도 하고, 글이 중요한 책이라고도 생각한다. 작가가 그림과 함께 매일 기록한 짧은 문장들이 주는 울림이 있지 않나. 그래서 완전히 다른 장르를 한다는 느낌은 없었고, 그림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며 에세이를 만든다는 느낌이었다.”

Q. “어떻게든 독자에게 가 닿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어떤 책을 펴낼지 궁금하다.

“장르를 한정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만화가의 책도 내기로 했고, 이슬아 작가의 첫 소설이 곧 출간된다. 내가 잘하는 에세이, 특히 보통 사람이지만 기적 같은 이야기를 가진 이들의 책을 계속 만들 것이다. 올해 안으로 나올 텐데, 전설적인 우리나라 여형사의 책도 만들고 있다. 첫 책 『전쟁일기』가 사람들을 울게 하는 이야기였다면, 이제 웃게 하는 이야기도 만들고, 다양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려고 한다.”

Q. 이야기장수 출판사만의 개성을 한 줄로 요약해 준다면.

“장수는 좋은 물건을 잘 받아서 잘 파는 사람이다. ‘좋은 책 잘 만들고 잘 팝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출판사가 되는 게 목표다. 팔기에 부끄럽지 않은 책들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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