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작가’는 옛말, ‘스타 작가’ 지원 에이전시 성행
‘골방 작가’는 옛말, ‘스타 작가’ 지원 에이전시 성행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5.1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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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다 죽긴 싫었다. 사방이 콘크리트인 작업실을 벗어나 문장 밖을 쏘다니고 싶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 소설가 김탁환은 지난 2020년 저서를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그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작가들이 어두운 골방에 틀어박혀 오직 원고지와 씨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작가들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재료가 되는 원천 콘텐츠 생산자로서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행사와 방송까지 종횡무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다. 바야흐로 ‘스타 작가’의 시대다.

지난달 30일,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인사』 출간 기념 사인회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렸다. [사진=김영하 인스타그램 캡처]

에이전시(소속사)를 두고 활동하는 작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에는 출판사가 작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전문 기획사가 아니다 보니 그때그때 책을 낸 작가 위주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맞춤형 지원을 해 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작가 에이전시는 주로 작가에게 들어오는 섭외 요청과 문의를 도맡아 관리하며, 홍보와 저작권 관련 업무 등을 대신 처리한다. 담당자가 매니저처럼 일정에 동행하기도 한다.

다수의 방송과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는 등 책 집필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소설가 박상영은 최근 대표적인 작가 전문 에이전시인 블러썸크리에이티브(이하 블러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블러썸은 연예 기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로, 김영하, 김중혁, 김초엽, 김금희 등 유명 작가들의 소속사다.

최근 블러썸크리에이티브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박상영 작가 [사진=블러썸크리에이티브]

블러썸의 계약 기간은 평균 3년에서 5년 정도다.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 이미 완료된 작품 계약 등을 확인하고,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기간을 정한다. 전속계약을 체결한 작가에게는 담당 기획 PD가 배정돼 저작권 관리부터 일정 동행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 업무를 도맡는다.

블러썸은 출판 그룹인 ‘블러썸출판그룹’도 운영하고 있어, 출판사와 작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넘어 제작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초엽 작가의 베스트셀러 『지구 끝의 온실』도 이 출판그룹에 속한 자이언트북스 출판사를 통해 나왔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시작된 강점을 활용, 방송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작가의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IP(지식재산권)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블러썸이 CJ ENM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언톨드 오리지널’은 양사가 함께 기획한 IP를 책으로 먼저 선보인 후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블러썸 측은 “작가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과 더불어 작가만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길을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순문학이 아닌 장르문학 작가들만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작가 에이전시도 있다. 호러·SF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지명된 정보라 작가가 소속된 그린북에이전시(이하 그린북)다. 해외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고 수입하는 저작권에이전시로 출발한 그린북은 저작권 에이전시로 활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살려 특히 수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7개국에 수출된 『저주토끼』 이외에도 김보영, 듀나 등 국내 SF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PRH 그룹에 수출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보라 작가(오른쪽) [사진=안지섭 기자]

그린북은 작가 지원 업무를 크게 ▲저작권 관리 ▲2차 콘텐츠와 해외 수출 영업 ▲작가 매니지먼트로 분류하고 있다. 작가 매니지먼트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작가에게 불리한 조항이 없는지 검토하고, 작가를 대리하여 협상하고, 작가에게 저작권 이용 대가가 제대로 지급되는지 관리하는 등의 일을 말한다. 그린북 측은 “사실, 작가가 요청하는 업무는 다 한다. 작품 초고를 읽고 의견을 준다거나, 작가가 쓰고 싶어 하는 기획을 구체화하여 출판사에 영업한다거나, 인터뷰와 강연, 행사에 동행하거나 관련 사항을 조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마치 연예인처럼 소속사를 두고 방송 등의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 에이전시를 선택한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집필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이유를 든다. 작가도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이름을 알리는 시대인 만큼, 그 부분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집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쌓는 경험은 오히려 작품의 깊이를 더해 줄 수도 있다. 또, 어려운 법적 문제를 전문가가 대신 처리함으로써 작가들을 저작권 분쟁 등에서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스타 작가’들의 영향력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 가며 한류 콘텐츠 열풍에 합세하고 있는 가운데, 작가 에이전시의 역할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북 관계자는 “각종 분야에서 원천 콘텐츠의 수요가 높아지는 요즘, 작가뿐만 아니라 콘텐츠 이용자들에게도 에이전시가 필요한 시대가 오리라 생각한다”며 작가 에이전시 사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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