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공대출보상’… 엇갈리는 의견
뜨거운 감자 ‘공공대출보상’… 엇갈리는 의견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4.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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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대출보상’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대출보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15055호) 때문이다. 이 법안은 지난 1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7일부터 16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가졌다. 이에 한국도서관협회는 입법예고 기간이었던 지난 1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김승원 의원실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그 과정에서 네티즌들 사이에 이번 개정안이 ‘공공도서관 유료화’ 법안이라는 근거 없는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공공대출보상이란 도서관에서 책을 무료로 대출함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고, 이를 공공예산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자국의 저자와 출판사를 대상으로 하는 출판문화진흥사업의 성격도 띤다. 현재 독일, 영국 등 세계 35개국이 도입했으며, 시행 범위와 방식은 다르지만 그 비용을 이용자나 도서관에 부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앙정부가 추가 예산을 편성해 보상금을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안 발의자인 김승원 의원도 “도서관의 기존 예산에선 단 10원도 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도서관이 유료화되는 것도, 도서관의 예산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공공대출보상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전부터 이 제도를 강력하게 반대해 온 한국도서관협회는 이번 반대 의견서에서 우선 법안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상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임의적인 규정에 불과한 데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 등을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이익 집단의 압력에 따라서 제도 운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편성에 따라 충분한 보상금이 책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일부 지급’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지 도서관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해 집단의 의견을 조율해 세부사항을 정해야 하는 이번 법안의 성격상, 도서관협회가 지금처럼 입법에 전면 반대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서관협회는 공공대출보상제도의 전제인, 도서관의 대출이 책 판매 손실로 이어진다는 주장부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서관협회는 도서관의 대출이 오히려 홍보 효과 등을 발생시켜 도서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9년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서관 이용 이후 도서 구매 건수가 증가했다는 응답(36.4%)이 감소했다는 응답(24.0%)보다 높았다.

반면 공공대출보상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공공도서관이 계속해서 증설되고,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이 커질수록 공공서비스에 기여한 저작권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새로이 논의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은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제가 관심 갖는 건 보상금의 규모나 분배방식 등 액수의 문제가 아닌,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의 문제”라며, “우리 사회의 저작권 의식이 성숙해 감에 따라 저작권법의 테두리도 넓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단 도서관 문제 외에도 책은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는 인식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고민 없이 무단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 부이사장은 “공공대출보상 논란이 이해 관계자들만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출판저작권 전반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로 이어졌으면 한다”며 “공공대출보상금을 저자나 출판사 등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저자 지원과 도서관 지원을 아우르는 일종의 도서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도서관협회는 지난 25일 도서관계와 문헌정보학계 단체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공공대출보상 제도 관련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도서관협회 측은 성명서에서 “도서관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정작 도서관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구입비와 사서 인력 확충에는 매우 인색했다”고 꼬집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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