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책 읽는 법
철학자가 책 읽는 법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4.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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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흔히 책에 밑줄을 긋기도,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온 페이지를 접어가며 넘기기도 한다. 더러는 책 내용들을 요약해서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사람마다 독서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책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책을 더 신선하게 읽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철학자 탁석산은 저서 『탁석산의 공부 수업』에서 여러 독서 방법을 제안한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방법들은 ‘시차 두기’와 ‘섞어 읽기’, 그리고 ‘자기만의 고전 만들기’다. 먼저 시차두기란 쉽게 말해 한 권의 책에 대해 시간을 두고 읽는 것을 말한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자신의 지적 수준에 따라 책은 다르게 읽힌다. 전에 읽었을 때는 몰랐던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알고 넘겼던 내용이 새롭게 읽히기도 한다.

‘시차두기’에서는 어떤 책을 고를 것이냐가 관건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다면 조금 어려운 작품을 골라보는 게 좋다. 저자는 “수준이 높은 작품일수록 생각할 거리가 새롭게 생기고,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새로운 느낌을 받으려면 자신의 지적 성장도 어느정도 이뤄내야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수준이란 책의 수준이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의 수준이기도 하다”며 “끊임없이 노력해 자신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 같은 책을 읽는다 해도 감흥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어 “미적분을 못 하던 사람이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세월이 지나도 미적분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또 다른 방법 ‘섞어 읽기’는 소설, 시, 자연과학, 역사, 지리학, 미술, 건축 등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보는 것이다. 저자는 흔히 정치 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정치 분야 도서만 읽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편독(偏讀)은 두뇌에 새로운 감각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보통은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를 섞어서 다양하게 읽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전문 분야 독서를 수행하는 데 이롭다”며 “다른 분야를 접해봐야 뇌가 자극되어 활성화되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으며, 서로 비교해 봄으로써 자신의 분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한다.

세 번째 방법 고전 만들기는 자신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서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고전이 있다면 마르지 않는 샘을 집에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며 “목마르면 언제나 찾아와 목을 축이고 원기를 회복해서 세상으로 다시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방법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한 대중 강연에서 단테의 『신곡』을 예로 들어 “고전은 다양한 형태로 몇 번이고 우리에게 새롭고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며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고전을 만들어 두기를 권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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