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일상은 새벽 5시 폭격과 함께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작가의 『전쟁일기』 출간
"아늑한 일상은 새벽 5시 폭격과 함께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작가의 『전쟁일기』 출간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4.17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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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폭격당하고 있다. 미사일이 떨어졌다. 번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될 것이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

문학동네의 새 임프린트 ‘이야기장수’가 현재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전하는 그림책 『전쟁일기』를 세계 최초 우크라이나 작가와 직접 소통해 출간했다.

이야기장수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이 무너진 한 작가가 지하 피난 생활을 하며 연필 한 자루로 전쟁의 참혹과 절망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간, 공개되었다”며 “기출간된 원서 없이 우크라이나 작가와 한국의 편집자가 직접 소통하여 완성해낸 생생한 기록물”이라고 밝혔다.

그림책 작가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 태어난 올가 그레벤니크다. 그는 환상작언 그림체와 아름다운 색감으로 수만 명의 SNS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세계 각국에서 그림책을 출판하던 촉망받는 작가였다. 2022년 2월 23일 수제버거를 먹으며 천 개의 꿈과 계획을 나누고 고이 잠든 이들 가족의 아늑한 일상은 다음날 새벽 5시, 폭죽 소리와 흡사한, 그러나 천지를 진동시키고 무너뜨리는 폭격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이 그림책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암담한 지하 생활을 거쳐 탈출하기까지 올가 그레벤니크 가족이 실제 겪은 상황이 담겨있다. 작가는 성인 남성은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계엄령으로 인해 남편을 우크라이나에 홀로 남겨두고, 노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외조부모를 모셔야 하는 어머니와 눈물로 작별해야 했다고 말한다.

“지하실에 분필을 가져왔다. 이제 이곳에도 거의 암벽화라 할 만한 것이 생겼다.
아이들은 폭격 소리를 들으며 ‘평화’라고 적는다”고 적혀있다. [사진=문학동네]

이야기장수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출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전쟁 중 안정적으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작가는 평소의 정밀하고 화려한 그림톤 대신 거친 연필선만으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작가가 피난 과정에서 그림을 디지털화하기가 쉽지 않아 이야기장수는 작가가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보내준 다이어리 사진들을 낱장으로 받아서 일일이 연필선을 따고 연필그림의 명암을 최대한 실제 다이어리와 근접하게 맞추는 과정을 거쳤다. 현장성을 보존하기 위해 노트에 기록한 글과 그림은 가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는 현재 두 아이와 함께 폴란드를 거쳐 불가리아에서 임시 난민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매일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고향 하르키우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린다.

『전쟁일기』의 인세는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에게 바로 전달되며, 번역료 전액과 출판사 수익 일부는 저자가 추천한 기관인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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