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합격, 그 뒤에는…
공무원 시험 합격, 그 뒤에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4.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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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무원을 두고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아주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오랫동안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이후 한국 사회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너도나도 ‘안전빵 직업’인 공무원 되기에 빠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어려운 시험만 통과하고 나면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이 펼쳐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무원의 실제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다사다난하다. 8년 8개월 동안의 공무원 일기를 담은 진고로호 작가의 책 『공무원이었습니다만』은 작가가 꿈꿨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던 공무원의 이야기를 전한다. 9급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그는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며 제일 먼저 받아들여야 했던 것은 상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주는 충격이었다”며 “사무실은 시끄러웠고 큰소리가 난무했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쌓인 눈을 삽으로 치우면서 ‘동사무소’ 업무의 버라이어티함에 놀랐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집에 가는 길을 잊어버린 할머니, 젊은 자녀의 사망신고를 하러 온 부모,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며 안하무인으로 보채는 민원인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주민센터를 방문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 진상 민원인을 대응하는 것이다. 작가는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신규 직원들이 더 자주 타깃이 되기는 하지만 진상 앞에서는 베테랑도 별 대책이 없다”며 “나이가 지긋한 동장님, 과장님들도 삿대질을 하며 달려드는 사람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고 전한다. 일이 커지면 손해는 공무원들의 몫이기 때문에 진상 민원인들에게 뺨을 맞거나 발길질을 당해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밝힌다.

또한 공무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이지만도 않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늘 공무원의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다. “어디 소속의 어느 공무원이 인감발급 사고를 내서 몇십억 원 단위의 배상액이 청구됐다는 이야기가 괴담처럼 떠돌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바싹 긴장됐다”며 “화장실도 참아가며 쫓기듯 일을 하다 보면 정신이 없는 와중에 실수가 나올까 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고 고백한다.

잦은 인사 이동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공무원의 정기 인사는 1년에 두 번이지만 휴직과 복직 등 다양한 이유로 생기는 소폭의 인사까지 더하면 더욱 잦은 인사변동을 겪는다. 일에 익숙해지고 팀원들끼리 화합이 잘 되면서 ‘이대로라면 괜찮겠구나’하는 마음이 들 때면 인사 변동이 생겨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 작가는 “기껏 능숙해졌는데 업무가 바뀐다. 하루아침에 견고하게 보였던 균형이 무너져 내리고 마는 것”이라며 “이제 막 모든 게 괜찮아졌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분명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장기적인 안정감은 존재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안은 안정감 속에서 불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마냥 편한 것처럼 여겨지는 공무원도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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