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⑪] ‘프리즘 오브 프레스’ 유진선 대표 “영화를 더 사랑하고 싶었다”
[출판사 탐방⑪] ‘프리즘 오브 프레스’ 유진선 대표 “영화를 더 사랑하고 싶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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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오브 프레스’는 영화 관련 도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다. 프리즘 오브 프레스의 대표 상품은 <프리즘오브>. 2015년부터 출간된 이 잡지는 한 호에 한 영화만을 다루는 계간 영화잡지이다. 프리즘(prism)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프리즘오브>는 ‘영화의 얼굴’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적힌 표현처럼, 이 잡지는 한 영화를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본다. 그것이야말로 영화를 깊이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유진선 프리즘 오브 프레스 대표는 현재 ‘영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지속적인 발간”이라는 그의 말은 출판 시장, 특히 잡지 시장의 어려움을 응축한다. <프리즘오브>의 2022년을 알리는 호이자 21호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는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 21호 출간일 즈음에 유진선 대표를 만나 그에게 영화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유진선 대표 [사진=안경선 PD]

Q. 출판사를 차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 독립영화 상영회를 1년 동안 했었다. 말하자면 GV(Guest Visit, 영화 시작 전이나 후, 영화 관계자가 참석해 영화에 대해 관객과 대화하는 일) 같은 건데,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문제는 ‘어떻게 기록할까?’였다.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한 건 종이 매체였다. 만약 내가 공대생이었다면 웹 페이지를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웃음) 정말 단순한 생각으로 잡지라는 매체를 택했다. 그때가 2015년이었는데, ‘독립 잡지’라는 단어가 한창 퍼지고 있는 시기였다. 그때 잡지와 관련한 공부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출판사를 차리게 됐다.”

Q. 왜 하필 영화였나.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하셨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데이빗 린의 <닥터 지바고>나 로버트 와이즈의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고전영화를 많이 보여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라스 폰 트리에나 미셸 공드리처럼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좋은 영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사실 수입·배급사에 들어가서 일하길 원했는데, 결국 성격은 다르지만 어쨌든 출판이라는 행위를 통해 영화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Q. 한 호에 한 영화만을 다루는 잡지 <프리즘오브>를 발간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9개월 동안 기획했다. 그때 평생 살 잡지를 다 샀다. 외국 잡지부터 시작해서 온갖 종류의 잡지를 샀는데, 그때 한국에 ‘one issue magazine’이 본격화됐다. 한 가지 주제로 여러 갈래의 담론을 펼치는 방식의 잡지가 영화 쪽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남들이 내기 전에 내가 먼저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Q. 영화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계간이다 보니 사소하게는 계절감도 고려하는 편이다. 그리고 네 편 중에 한 편은 한국 영화를 다루자는 나름의 소명 의식도 있다. 작년에는 어느 독자분이 ‘왜 공포영화는 안 하세요?’라고 하셔서 <미드소마>(19호)라는 영화를 다루기도 했다.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너무 단발적인 라인업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별, 장르별, 국가별로 균형을 고려하면서 만들고 있다.”

Q. 상업영화보다는 예술영화를 더 많이 다루는 것 같다.

“대원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야기가 많이 된 영화여야 한다. 담론이 계속 재생산되는 영화여야 다룰 수 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영화는 우리도 할 말이 없다. 다른 하나는 첫 번째와 비슷한 얘긴데, 지금 다시 보는 이유가 있는 영화여야 한다. 그 영화를 지금 이 시기에 다시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영화들이 주로 그러하기 때문에 라인업 자체가 그렇게 비칠 수 있다.”

Q. “영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그 방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더 좋아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면 나는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션샤인>이라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근데 이 영화를 더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시 보는 거 말고는 없는 거다. 해봤자 OST 앨범이나 블루레이를 사는 건데,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더 몰입하고 싶은데 그럴 방법이 없을 때 <프리즘오브>가 대안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래서 ‘소비’라는 단어를 썼다. 뭔가 상업적인 걸 얘기한 게 아니라 관객으로서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하자는 뜻에서의 소비다.”

Q. 예를 들자면.

“왕가위의 <중경삼림>(15호)을 다뤘을 때다. 이미 이 영화에 대한 담론은 무궁무진했다. 기존의 담론을 동어반복하기보다는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랑 <중경삼림>을 연결했을 때 새로운 담론이 도출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관련 주제로 어느 중문과 교수님에게 기고 요청을 했는데, 되게 반가워하셨다. 우리는 영화연구자나 영화평론가분들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기고 요청을 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14호)이라는 영화를 다룰 땐 의상학과 교수님에게 의뢰를 드렸다. 잡지의 취지 그대로 한 영화를 다면적으로 볼 수 있게끔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에게 기고 요청을 드린다. 이 지점이 다른 영화 잡지나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Q. 발간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절반 정도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얘기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새로운 시각을 담는다. 가령 이번에 다룬 <윤희에게>(21호)의 경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타루’라는 공간과 주인공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퀴어’ 얘기는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야지 독자들이 읽었을 때 어느 정도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도 있고 색다른 시각도 있네, 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목차를 짤 때 너무 낯설지도 않고, 너무 진부하지도 않게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말하자면 이 잡지를 5년 뒤에 펼쳐도 재밌어야 하고, 시간을 뒤로 돌려서 영화 개봉 당시에 이 책이 나왔다고 해도 재밌어야 한다. 말 그대로 올 타임으로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든다.”

Q. 대략 어느 정도 팔리고 있나.

“호마다 다른데, 평균적으로 3~4천 부 가량 찍는다. 최대로 많이 찍었던 건 5~6천 부 정도다. 영화마다 독자들의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부수를 조율한다.”

Q. 인기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콘셉트를 잘 잡은 것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영화의 힘이다. 출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초반에는 그 영화가 좋아서 <프리즘오브>를 샀어요, 라는 말을 듣겠지만 나중에는 <프리즘오브>가 선택했다고 해서 그 영화를 봤어요, 라는 말을 듣자. 이게 목표였다. 그 말을 몇 년 전부터 듣고 있다.”

Q.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호는 무엇이었나.

“2017년 특별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중경삼림>(15호)도 반응이 좋았고, 이번에 나온 <윤희에게>(21호)도 많은 분들이 찾고 계신다.”

Q.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호도 있을 것 같다.

“<케빈에 대하여>를 다룬 12호가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가 엄마와 아들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다룬 영화이지 않나. 근데 이 영화를 보고 엄마를 원망하는 관객이 있으면 그 관객을 설득하고, 아들을 원망하는 관객이 있으면 그 관객을 설득하자고 생각하면서 목차를 짰다. 그러니까 그 호는 ‘설득’이 목표였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으면서 겪게 되는 여러 고충으로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을 테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양육자가 그런 상황이 되어버림으로써 아동학대를 받은 측면이 있다. 그런 복잡함이 있는 영환데, 이 영화를 단순하게 ‘싸이코패스를 둔 엄마의 이야기’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Q. 내가 감독이라면 내 영화를 이렇게 다뤄주는 잡지가 되게 고마울 것 같다. 한국영화를 다룰 땐 감독이나 배우에게 잡지를 보내는지.

“매번 전달 됐다. 가령 <아가씨>(5호)를 다룰 땐 박찬욱 감독님이 소속된 모호필름에 책을 보내드렸다. <파수꾼>(9호)의 경우에는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박정민 배우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다. 배우님이 당시에 ‘책과 밤낮’이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서점에 입고되는 책들을 직접 다 선택하셨다. 잡지 가운데는 유일하게 <프리즘오브>가 입고되고 있었다. <파수꾼>을 다룬 호는 독립서점들 가운데 그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아마 배우님의 팬분들이 많이 구매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살짝 다른 얘긴데, 나는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포함해서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고, 수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셨던 많은 분들에게 항상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계자분들에게 인사를 드릴 때,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혹은 이런 영화를 한국에 들여와 배급하고 수입해주셔서 저희가 이 책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발간이다. 발간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의 계획이자 목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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