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말’을 남겼나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말’을 남겼나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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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강원국 작가는 책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대통령은 말을 통해 자신의 뜻을 밝히고 나라를 이끌어간다”며 “그 말은 글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과 글에는 시대정신(時代精神)이 담겨 있다. 한 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소산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말과 글을 통해 국정을 운영한다는 강 작가의 언술은 과장이 아니다. 자신의 국정 철학을 언어라는 운송 수단에 실어 국민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사진=KTV 영상 캡쳐]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말로 국가 운영의 비전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뽐냈을까. 먼저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하면 ‘새마을운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주도 아래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지역 사회 개발 운동을 말한다.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구호 아래 낙후된 농촌 환경의 개선과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당시의 독재 정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새마을운동에 빠질 수 없는 게 있는데, 바로 ‘새마을노래’다. 이 노래의 작사가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새마을노래는 총 4절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1절의 가사인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가 가장 유명하다.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던 1970~80년대에 전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노래다. 특히 학교, 동(면)사무소, 직장, 공장 등 전국적으로 특정 시간대엔 항상 흘러나왔다. 이 노래에는 가사 그대로 새로운 아침, 새로운 시대를 염원했던 당시 국민들의 염원이 투영되어 있다. 고도의 산업화를 통해 가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박 대통령의 의지와 철학이 담겨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김영삼 대통령 [사진=KBS 영상 캡쳐]

다음은 김영삼 대통령이다. 군사 독재를 끊어내고 문민정부를 출범했던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의 투사’로 불렸다. 그는 유신 시절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희대의 어록을 남기며 군사 독재 타도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김 대통령은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외교적으로 정제된 발언은 아니었지만 당시 잇따른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통쾌하기도 하다”는 국민들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세 번째는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대통령은 1971년 4월 장충단공원 대선유세 때 “오늘날 돈 많이 버는 자는 세금을 적게 내고, 돈벌이가 적은 중소기업이나 공무원 봉급자가 세금 많이 내고 노동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이것을 단호히 시정시킬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서민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또한 그는 서거 두 달 전인 2009년 6월 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장에서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1988년 7월, 초선 의원 시절 첫 대정부질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노 대통령. 그는 세칭 일류대학을 나오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대통령이었다. 이처럼 많은 대통령들이 말과 글로 자신의 각오와 철학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은 어떤 언어로 국민들의 마음을 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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