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려면, 무조건 ‘공감’하라
잘 먹고 잘 살려면, 무조건 ‘공감’하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3.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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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번영 비결이 ‘공감능력’에 있었다고 말한다. 사피엔스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나 날개도 없었으며, 근연종이었던 네안데르탈인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탁월한 면이 없었다. 하지만 사피엔스에게는 ‘공감능력’이 있어서 다른 사피엔스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먹잇감을 얻으면 함께 좋아하고 위협이 있을 때는 같이 불안해하면서 친구가 됐다. 이런 호모 사피엔스의 공감능력은 자연의 위협을 넘어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도 큰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요즘 인류는 공감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9년 평균적인 사람들의 공감능력이 1979년 당시의 사람들보다 75퍼센트 감소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자밀 자키는 책 『공감은 지능이다』에서 “만약 당신이 공감을 파괴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싶다면, 아무리 해도 우리가 만들어낸 이 사회보다 그 일을 더 잘 해낼 시스템은 만들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과연 인류는 이전의 공감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흔히 공감은 기질의 영역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여기에 자밀 교수는 최근의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 결과를 들어 공감능력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논지에서 독일의 뇌과학자 타니아 징거의 실험 결과는 핵심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징거 교수는 고대의 수행법이 친절함을 높여주는지 실험하고자 2년간 300명의 참가자에게 39주 동안 불교의 명상법 ‘자애 명상’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랜 시간 타인의 감정을 더욱 정확하게 포착했다. 특히 실험자들은 고통을 겪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돕고자 하는 욕망을 이전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느꼈다. 저자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뇌를 스캔한 결과 공감 관련 부위가 커졌는데 의도적인 노력과 연습으로 공감 능력을 기르고 생물학적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인다.

사이코패스도 공감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는 ‘뇌의 감정 스위치’라고 불리는 편도체의 발달이 약해,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을 마주했을 때 그의 표정이나 감정을 뇌가 무의식적으로 읽어내는 미러링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즉,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선천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이코패스’도 공감능력의 향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미 키저스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사이코패스들에게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어떤 느낌일지 최선을 다해 상상해보라고 요청한 결과, 사이코패스들이 그런 상상을 하자 그들의 뇌는 나머지 사람들과 거의 똑같이 고통에 대한 미러링 반응을 보였다”고 전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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