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게 의사가 위험한 존재였던 이유
산모에게 의사가 위험한 존재였던 이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2.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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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9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미크론 출현 이후 사망자는 50만 명에 이른다. 갈수록 태산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독감 환자는 97퍼센트 감소했고, 폐렴 환자도 3분의 2가량 줄었다. 감기 환자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꾸준히 지켜진 결과다.

유럽인의 평균 수명을 20년이나 연장시킨 것이 ‘비누’로 알려져 있다. 비누는 기원전 25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산양기름과 나무의 재를 끓여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인들이 비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2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비누가 일상에 보급되면서 유럽인들은 이질이나 티푸스 같은 경구 전염병과 피부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비누로 인해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평균수명 역시 급격히 상승했다.

손씻기와 비누. 사소해보이지만 가히 의학사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할만하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책 『의학의 역사』의 저자 박지욱은 “산모에게 의사가 위험한 존재였던 이유는?”이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손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 산모들은 ‘산욕열’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욕열이란 분만할 때 생긴 생식기 속의 상처에 연쇄상 구균 따위가 침입하여 생기는 병이다. 산후 10일 내에 발병하여 보통 38℃ 이상의 고열이 2일 이상 계속된다.

사실 산욕열은 분만 후의 산모가 흔히 걸리는 열병이다. 하지만 이 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산모의 목숨을 위협한다. 박지욱은 1848년 오스트리아 빈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벌어졌던 일을 예로 든다. 그에 따르면 의학 교육을 받지 않은 여성 산파들보다 의사들이 아기를 받을 때 산모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그 이유는 의사들의 경우 산파가 하지 않는 일, 즉 죽은 산모의 부검을 했기 때문이다. 부검하고 분만실에 와서 아기를 받아 산욕열이 덧난 것이다.

이에 빈종합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 제멜바이스는 부검실과 분만실 사이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부검실에서 오는 의사나 학생들은 반드시 분만실 입구에서 소독제로 손을 깨끗이 씻게 했다. 박지욱은 “의사들은 귀찮아하면서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산욕열 사망률이 20퍼센트 수준에서 1.2퍼센트까지 수직 낙하했다. 이렇게 의료 현장에 처음으로 손씻기가 들어왔다”고 설명한다.

제멜바이스에 의해서 손씻기가 의료 현장에 처음 도입됐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의료 현장의 손씻기는 제멜바이스 사망 후 20년이 지난 뒤에 잉글랜드 출신 의사 조지프 리스터에 의해 보편적으로 정착됐다. 리스터는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주로 했는데, 그가 아무리 수술을 꼼꼼하게 해도 결국 환자는 감염으로 죽었다. 리스터는 연구 끝에 공기 중 미생물이 먼지 알갱이를 타고 날아다니다가 상처가 난 자리에 번식해 부패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는 하수의 악취와 목초지의 기생충을 없애는 ‘페놀’이라는 석탄산을 수술에 사용, 한 소년의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복원하게 된다.

박지욱은 “리스터의 소독법 적용을 전후한 수술 사망률 통계를 보면 사망률이 4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즉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소독의 효과를 확실히 보여 주었다”며 “영국과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었지만 독일(당시 프로이센) 의사들은 리스터 소독법을 받아들였다.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의 전쟁이 터지자 부상병들을 부지런히 소독해 치료한 프로이센군이 전쟁뿐 아니라 수술대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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