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종 작가 “행복한 여행자에게 목적지란 필요없다”
오석종 작가 “행복한 여행자에게 목적지란 필요없다”
  • 유현승 대학생 기자
  • 승인 2022.02.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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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종 작가
오석종 작가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책을 출간한 철학 에세이스트, 오석종 작가를 만났다. 인상깊었던 점은 돈을 벌기보다는 브랜딩을 위해 오히려 돈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컨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그의 신선한 시각이다. 또한 하기 싫은 일을 할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하니,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동전의 앞면과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의 책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모호할 수 있는 철학 용어를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고 명료하게 구분했다. 다루는 내용 또한 철학에만 한정짓지 않고 사회문제와 엮어 복합적으로 다루었으며, 특히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해석한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렵고 무거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술술 잘 읽혔다.

오석종 작가는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브런치 출판을 꼽았고, 이 책이 자신이 출간한 첫 번째 책이며, 이번 인터뷰가 작가로서 진행하는 첫 번째 인터뷰라고 한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인터넷과 플랫폼의 발달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마법 같은 일이다.

Q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고, 어떤 책과 자료를 참고했나?

“작년 8월부터 철학 에세이를 쓰기 시작해서, 거의 1년이 걸렸다. 퇴근하면 6시, 집안일 하면 7시 30분이라서 7시 30분부터 글을 썼다. 블로그는 해본 적이 없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글을 쓰는 것보다는 말하는 데 집중했다. 집에서 평소에 니체 책이나 인공지능과 철학을 엮은 책을 많이 읽어 왔다. 철학자 중에서는 김진석 교수님을 가장 좋아한다. 대학교 다닐 때 지도교수님이셨다. 그 분이 쓰신 <더러운 철학>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Q 책의 내용 중, 철학을 ‘천국을 말하는 철학’과 ‘지옥을 말하는 철학’이라고 구분해 설명한 점이 인상깊었다. 이렇게 철학적 개념을 구분하는 것은 혼자서 발견해낸 것인지, 어디서 보고 배운 것인가.

“그 표현은 대학교 다닐 때 레포트에서 사용했던 표현이다. 책에 서술된 대부분의 2차적으로 정리한 표현들은 혼자서 다 생각해낸 내용이며, 평소에도 어떤 개념을 나만의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

Q 메타버스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책에서는 메타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요즘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가득해 주식 코너에도 메타버스 투성이인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나.

“특별히 메타버스를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메타버스로 가는 흐름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메타버스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고 생각하여 책에 긍정적으로 서술한 것이며,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중립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Q 토론 활동을 많이 했다고 책 곳곳에 나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진중권, 이준석과 함께하는 토론대첩에 나가 방송 TV 출연을 한 적 있다. 토론을 했던 경험이 글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냥 쓰면 되니까. 토론을 잘 하려면 토론 스킬도 중요하지만, 이는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논거를 철저하게 수집하는 것이다. 한 가지 논제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찬성과 반대 근거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보통 평소에는 성향이 비슷한 친구와 토론을 한다. 토론은 내 취미나 다름없다.”

Q AI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다음 책은 AI와 관련된 철학책인가.

“AI 인공지능은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하기 때문에 철학이 앞으로도 이 부분에서 각광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기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설명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상적인 이야기밖에 못 하게 되니까. 그리고 이미 AI 관련된 철학 서적은 많이 나와 있어서, 다음 책으로 AI와 철학 관련된 책을 낼 생각은 없다.”

Q 그렇다면 다음 책은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

“소설과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하고 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최근 인기를끌고 있는 넷플릭스 <지옥>처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 철학 에세이를 당분간은 출간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미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렸다.”

Q 책에는 삶의 뚜렷한 목적이라는 것은 없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분명히 각 개인에게는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기만의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를 따르며 살아간다. 작가는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두고 살아가는가.

“예전에는 목적지를 두면서 살아갔는데, 요새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보다는,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것에 가장 큰 목표를 두며 살아간다. 인생은 여행하는 것과 같고, 행복한 여행자에게 목적지란 필요없다.”

Q 생애 첫번째로 책을 출간했다. 주위에서는 어떤 반응이었고, 소감은 어땠나.

“부모님이 내가 철학 대신에 생계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부채감을 많이 느꼈다. 응원을 많이 해주셨고, 책을 출간한 것을 대단하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께서 친구분들에게 자랑을 많이 하셨다.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두 갈래로 나뉜다. 예의상 책을 사준 친구도 있고, 책을 읽으며 ‘이 부분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토론하자고 하는 친구도 있다.

처음에는 출판이라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큰데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갸우뚱하고 신기했다. 내 재능이 누군가에게 투자받을 만한 것인지 몰랐다. 투자를 받은 것을 모두에게 납득시킬 수 있게끔 하자, 라는 생각을 하고 열심히 출간 작업에 매달렸다. 출간 전에는 부담스러웠고, 출간 후에는 실감이 안 났다. 책이 좋은 평가를 받아 좋았는데 그것도 몇 주 지나니까 적응이 되어 이제는 평소랑 똑같은 것 같다.”

Q 유튜브나 브런치 같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우선 일단 컨텐츠를 올려야 한다. 어떻게든 간에 올려 봐야 자신의 컨텐츠가 어떤 반응을 얻는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생각만 하고 직접 올리지는 않는다. 일단 올리고 반응이 오는 것에 집중해라.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보통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고민하는 부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올릴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컨텐츠를 올릴 것인지인데,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컨텐츠를 올리는 것은 이미 자본이 침투한 분야이므로 이기기 힘들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자신이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도 사람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은 주제로 유투브를 했는데, 오래 가지 못했고,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이 있어 유투브로 올렸는데 최근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져서 높은 조회수를 찍은 바 있다.”

Q 악플에 상처 받은 적은 없었나.

“성격상 별로 상처를 안 받는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읽는 것을 좋아하고, 악플을 내가 더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그리고 악플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컨텐츠 크리에이터라면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악플이 있으면 ‘그러면 당신이 한 번 해 봐라’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넘긴다.”

Q 브런치 책을 출간할 때 출판사에서 디자인이나 편집을 다 알아서 해줬는지. 원고를 편집당할 때 기분이 나쁜 적은 없었는지.

“출판사에서 모두 다 해줬다. 나는 원고 작성 부분만 맡았다. 출판사에서 편집을 요구할 때도 ‘이 부분은 이렇게 고치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식으로 부드럽게 이야기하지 책 내용을 막 고치라고 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저작권을 가지므로 꽤나 파워가 세다.”

Q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대학생 때 이것저것 많이 해 봤으면 한다. 나는 발표동아리 회장도 했고, 학원 강사도 했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받았다. 중요한 것은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만 직업을 찾으려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학교고, 직업은 따로 공부해서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문과라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Q 본업 말고 부캐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부캐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다 속으로는 어느 정도 하는데, 실제로 하는 경우는 별로 못 봤다. 나는 인생을 2번 살아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본캐와 부캐 모두 다 챙기려 한다. 직장을 본캐,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부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반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 본캐이고 직장은 생계수단이므로 부캐가 되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본캐와 부캐 따로따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캐와 부캐를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유투브가 대박나서 수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준이 된다고 할지라도 나는 회사에 계속 다닐 것 같다. 오히려 회사에 불만족할수록 더 열심히 부캐 활동을 하려는 원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Q NFT처럼 크리에이터의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생기고 있다. 이렇게 크리에이터가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크리에이터의 전망이 앞으로도 밝을까.

“크리에이터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투자하는 시간은 긴데 그에 비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꼭 그걸로 먹고 산다는 생각보다는, 브랜딩을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 일단 유명해지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브랜딩을 하는 데 오히려 돈을 투자할 생각도 있다.”

Q 철학과가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전혀 도움이 안 됐다. 하지만 철학과가 좋은 점은 첫째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작가도 결국에는 철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물음을 던지고 생각을 키워 주는 학문이라 작가갸 되기 유리한 전공이라 생각한다.”

[독서신문 유현승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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