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혜의 글쓰기
인혜의 글쓰기
  • 이병헌
  • 승인 2006.06.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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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내가 사실 글쓰기에 취미를 붙이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어느 봄 날 담임
선생님께서 동시를 써 오라고 했는데 동시를 쓰지 못하고 쩔쩔매는데 누나가 전적인 도와주어서 동시를 써서 내었는데 선생님의 칭찬을 받은 후 그것이 동기가 되어서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글을 쓰는 것을 나의 취미의 목록 속에 집어넣게 되었다. 그 때 나는 누나가 내가 제출한 동시를 많이 도와주어서 사실 내가 쓴 것인지 누나가 쓴 것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니 죄책감이 들었고 어느 날 선생님께 누나가 대부분 도와주어서 동시를 썼다는 고백을 하였는데 선생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으나 선생님은 나의 손을 붙잡으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나 자신의 시를 써 보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그날 이후 글을 쓰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선생님 덕분에 글을 쓰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지금 나는 습작노트에 쓰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한글 작업을 통해서 글을 쓰곤 하지만 나의 주머니엔 볼펜과 메모지가 늘 자리 잡고 있다. 그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나는 글을 쓰는 것을 하나의 고달픔 일이라고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른다.
  초여름의 더위가 대지를 강타할 무렵 나는 아이들이 제출한 과제물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행평가를 위한 하나의 과제 물 일 것이라는 나의 짐작이 여지없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한 아이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 글이 살아있는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글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
었다. 하지만 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한 녀석의 수준과 글의 수준과 미묘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글을 읽으면서 받은 신선한 충격은 화단 앞 스탠드에서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사실 그 작품은 군 대회에 출품을 해야만 했기에 그 학생의 순수한 작품이어야만 했다. 나는 두 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녀석의 순수성을 믿어보자는 생각이었고 다른 생각은 그 글이 중학교 2학년의 수준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 글이 j가 쓴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잘못하면 그 글을 쓴 인혜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기에 조심스런 접근을 하였다. 잠시 날씨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가 그 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인혜야, 네가 쓴 글이 참 좋아'
'정말요?'
'그래. 그래서 교내대회에서 금상을 받을 거야'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군 대회에도 그 작품을 내 보내려 한다'
'잘 쓴 작품이 아닌데요?'
'아냐, 내가 생각하기에 중학생의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해'
'그래요?'
'나는 네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감사합니다'
'그래. 내가 군 대회에 출품을 해도 되겠지?'
'선생님께서 좀 고쳐주세요'
'아냐, 내가 손을 볼 필요가 없더라'
'부끄럽습니다'
'그래. 앞으로 좋은 글을 많이 쓰도록 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사실 나는 인혜에게 그 작품을 본인이 쓴 것인지를 물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럴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인혜가 쓴 작품이라고 확신한 것은 인혜의
웃는 모습과 편안함 때문이었고 인혜는 교내 백일장에서 산문부 금상을 받았고 그 작품은
군 교육청으로 보내졌다.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이 머리를 벗어나려던 며칠 후 출근을 해보
니 차가운 음료수 한 병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고 작은 쪽지도 함께 있었다.
「선생님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열심히 글을 쓸게요. 인혜드림」
  나는 한 여름이지만 잠시 동안 사막과도 같았던 내 차디찬 가슴이 무척 훈훈해짐을 느꼈
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녀석을 생각했다. 그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잘못했다간 오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마 녀석도 내가 그 아이를 의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척 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수업 중에 인혜의 글이 훌륭하다는 얘기를 했고 그 정도면 군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했다.
  인혜의 글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기 시작할 때쯤 공문과 함께 군 교육청에서 상장이 내려
왔다. 물론 내가 예상한대로 인혜가 군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녀석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서 나 자신도 뿌듯해오는 것을 느꼈다. 복도에서 인혜를 만나 열심히 글을 쓰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었고 녀석의 얼굴에 번지는 부끄러운 듯한 미소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12월
31일 방학식을 하는 날 녀석은 군 교육청에서 개최한 사이버 글짓기대회에서 다시 금상을
타서 상장 전달식이 있었다. 모두 박수로 축하를 해주었지만 나는 남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글을 쓸 수 있었듯이, 인혜도 나의 작은
도움으로 성장해서 훌륭한 여류작가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아
니 나 보다 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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