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 원인은 ‘이것’
결정장애, 원인은 ‘이것’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1.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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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SNS를 끊을 수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만약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각종 미술관 계정을 팔로우한다. 수시로 들어가서 전시회 소식을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놓친 전시회를 친한 친구가 재미있게 관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니까 인스타그램을 통해 “놓쳤으면 후회할 뻔! 너무 재미있고 유익했던 전시회”라는 친구의 게시물을 본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그 순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 “내가 놓쳤어! 놓쳤단 말이야!”라고 한탄하면서 말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현대인의 질병, 바로 FOMO(포모 증후군, Fear Of Missing Out)다. 문자 그대로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을 뜻한다. 반대로 JOMO(조모 증후군, Joy Of Missiong Out)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별로 불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당연히 후자가 아니라 전자다. FOMO는 불안과 질투뿐만 아니라 우울감까지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FOMO가 ‘SNS 바이러스’로 명명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포모 사피엔스』의 저자 패트릭 J. 맥기니스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흥미롭고, 신나고, 성공적인 삶, 즉 훨씬 인스타그램에 적합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감정을 FOMO, 즉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하며 그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다”고 지적한다. FOMO는 젊은 세대에 국한하지 않는다. 맥기니스에 따르면, 지인들로부터 시시콜콜한 손주 자랑을 들으면서 자기 아이들도 빨리 자녀를 가졌으면 하고 괴로워하는 60대의 감정도 FOMO다.

이어 FOMO는 ‘선택곤란증’의 한 종류인 FOBO(Fear Of Better Option)와 긴밀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FOBO는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말한다. 맥기니스는 “FOBO가 있는 사람은 결정을 내릴 때 기존의 선택지에만 매달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풍요에서 나온 이러한 고민은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위험에 대한 방어책을 세우게 한다”며 “결과적으로 ‘혹시’라는 단어에 붙잡혀 살게 된다”고 경고한다. 선택지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맥기니스는 “FOBO는 FOMO보다 훨씬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주로 내면 투쟁인 FOMO와 달리, FOBO의 비용은 본인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부과되기 때문”이라며 “일상 속의 모든 일에 있어 선택지를 제한하지 않고 신중하지 못하게 넘기다 보면, 여러 기회는 물론 사람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을 상품처럼 취급하게 된다”고 말한다. FOMO와 FOBO가 결합되면 FODA(Fear Of Doing Anything), 즉 실행하는 모든 일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치명적인 마비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게 맥기니스의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맥기니스는 “모든 선택지를 수집하고 가능한 많은 선택지를 따져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른 경로를 차단하고, 앞으로 나아간 뒤,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야 말로 선택지가 넘치는 세상에서도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선택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다음은 ‘나머지를 놓칠 수 있는 용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의 첫 문장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너무 잘 쓰겠다는 부담감을 버리면 시작할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 맥기니스는 “모든 것을 하고, 모든 것이 되려는 노력을 멈출 때 그리고 모든 것을 가지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정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나머지는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놓친 것에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대신에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선택지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정신을 차리는 방법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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