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버려두자”… 가족을 내버려둘 수 있는 용기
“그냥 내버려두자”… 가족을 내버려둘 수 있는 용기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2.01.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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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버거울 때가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아빠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빨리 해야 할 것 같고, 엄마가 친구 모임에서 기를 펼 수 있게 이름만 대면 아는, 돈 많이 주는 대기업에 취업해야 할 것 같다.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제를 보면, 나라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효도하는 것 같다. 나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벗어버리고 싶은 무거운 족쇄이기도 하다.

책 『오히려 최첨단 가족』은 “애틋하면서도 부담스럽고, 숭고하면서도 불편한 이름, 가족. 좀 더 편하고 느슨한 관계일 순 없을까?”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도덕과 관습에 갇혀 차마 꺼내지 못했던 가족의 ‘진짜’ 의미와 쓸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가족의 의미와 가치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할까? 가족의 개념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최첨단 가족』의 저자 박혜윤은 돈 잘 버는 배우자, 헌신적인 부모, 공부 잘하는 자녀 등 ‘잘살아보세’ 시대의 구태의연한 가족의 기준에서 이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재기 발랄한 가족 실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가장 인상적인 실험은 ‘가족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박혜윤은 “내가 원하는 육아 방식에 남편도 동참시키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독자의 질문에 “그냥 내버려두라”고 조언한다.

책소유

박혜윤은 “나는 이런 상황에 보통은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두는 ‘방법 아닌 방법’을 쓴다. 이는 배우자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족의 특수성, 즉 서로 사랑하고, 아주 오래 함께 살아야 하고, 그리고 서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나중에 서로 책임지고 원망할만한 말이나 강요를 하지 않고 ‘이렇게 해야 한다. 어떤 것이 옳다.’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가족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집단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개인들의 집합체이다. ‘함께’라는 말보다 ‘각자’라는 말이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각자’가 존중되지 않는 ‘함께’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방식’을 가족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박혜윤은 “우리 가족끼리 잔소리나 강요를 하지 않기로 한 근본적인 이유는 나중에 탓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양육의 경우,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박혜윤은 내버려두는 것이 ‘방치’와 ‘포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그는 “가족은 원래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게 당연하고, 가족 때문에 불행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내버려두기가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가족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소리를 해주겠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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