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2022년 독서 생활, 이렇게 해보자
[발행인 칼럼] 2022년 독서 생활, 이렇게 해보자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2.01.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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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연초가 되면 “올해는 책을 많이 읽을 거야!”라는 자못 비장한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다짐은 너무 연약해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부서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독서는 ‘다짐’의 영역이 아니라 ‘놀이’의 영역이다. 물론 약간의 지적 허영심도 있다. 말이나 글을 업으로 사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한마디라도 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요즘 어디 가서 “김초엽이 누구야?”라고 하면 분위기가 좀 묘해진다.

여기서 “그럼 당신은 책을 어떻게, 얼마나 읽느냐?”는 질문이 따라올 수 있겠다. ‘어떻게’에 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책을 좀 험하게(?) 읽는 편이다. 온갖 종류의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책을 마구잡이로 접는다. 이러한 행위의 본령에는 책을 ‘신성시하지 말자’라는 내 나름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책이 진정 놀이라면, 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상전 모시듯이 하면 가까이할 수 없다. 자고로 놀이는 편하고,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이제 ‘얼마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정의를 달리한다. 책은 표지만 볼 수도 있고, 서문만 볼 수도 있고, 반쯤 읽다가 덮을 수도 있다. 뭐가 어찌 됐든 다 독서다. 즉 ‘완독’의 부담을 가지지 말라는 얘기다. 그리고 당신이 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고전이니 베스트셀러니 하는 책들을 쫓아가며 읽을 필요가 없다. 내 취향이 아니라면 과감히 덮자. 내 취향에 맞는 책만 읽어도 모자란 인생이다.

앞서 거론한 ‘어떻게’와 ‘얼마나’의 방법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독가로 유명한 이동진 평론가는 심지어 책을 찢기도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책을 마음대로 향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 일이다. 밑줄은커녕 책을 접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을 아끼는 마음에서다. 그게 편하면 그렇게 읽으면 된다. 정답은 없다. 근데 자신만의 독서법을 발견하려면, 일단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일본의 철학자 미키 기요시는 책 『철학자의 공부법』에서 “다독은 닥치는 대로 읽는 남독(濫讀 : 책의 내용이나 수준 따위를 가리지 아니하고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마구 읽음)과 다르지만, 남독은 분명 다독 중 하나이며 일반적으로 다독은 남독에서 시작한다”며 “남독을 경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남독의 위험을 통해 자신의 기질에 맞는 독서법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일단 책을 많이 읽으라는 얘기다.

요컨대 남독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선수들은 다 남독에서 시작했다는 게 미키의 설명이다. 이것저것을 읽다가 나만의 독서법과 독서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남독은 거기서 탈피한다는 전제하에서 의미가 있다. 잘 읽고 싶으면 우선 읽어야 하고, 잘 쓰고 싶으면 우선 써야 한다. 말장난이 아니다. 그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올해 책을 많이 읽고 싶은가. 그럼 일단 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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