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치 없는 말’이 상대를 아프게 한다
당신의 ‘눈치 없는 말’이 상대를 아프게 한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2.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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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오늘 만날까?
남자 : 피곤할 텐데… 괜찮겠어?
여자 : 나는 괜찮아. 너는 어때? 네가 괜찮은지 말해줘.
남자 : 솔직히 나는 좀 피곤해서 그냥 집에 있고 싶어.

만나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느닷없이 “피곤할 텐데… 괜찮겠어?”라고 반문한다. 이 반문의 실체적 의미는 “(나는 피곤한데) 너는 피곤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남자는 괄호 쳐진 문장을 말하지 않다가 끝내 여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뒤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 놓는다. 미안한 마음에 배려한답시고 이상하게(?) 말해버린 것이다.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바로 ‘눈치 없는 언어들’이다.

책 『참 눈치 없는 언어들』의 저자 안현진은 “몇몇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고, 또 어떤 것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우울감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며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른 상황과 어 다른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울감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위로는커녕 “나도 다 겪어봐서 안다”는 말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이런 예는 무궁무진하다.

여자 : 내 글 어때?
남자 : 고생했다.

글이 어떠냐고 묻는데, ‘고생했다’라니. 혹 글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떤 문장은 참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이른바 ‘피드백의 윤리’다. 위 대화에서 여자의 물음에 대한 남자의 대답은 “글이 별로”라는 말의 최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앞선 언급처럼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게 낫다. 다른 예를 살펴보자. 우리는 대화하면서 “원래 그렇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가령 퇴사를 고민하는 동료에게 “다른 회사도 똑같아. 원래 다 그래”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안현진은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라면 뭣 하러 기를 쓰고 이직을 하는 것이며, 수많은 서치핌, 헤드헌터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나 역시 다른 곳을 가더라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할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곳이 다 똑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나은 곳을 찾아가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이 끔찍하기 그지없으니 단 1센티미터라도 높은 곳을, 단 1퍼센트라도 나은 곳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닐까?”라고 질문한다.

‘여유를 가져’ ‘힘 빼’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하자’ ‘각자 입장 차이가 있지’ ‘흐름대로 가’ ‘요약 좀 해줘’ 등. 말 그 자체로만 보면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어떤 맥락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오묘하게(?) 짜증을 유발하는 말들이다. 삶이 너무 힘든 친구에게 “좋게 좋게 생각하자”라는 말은 하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묵묵히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큰 도움이 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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