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사이에 ‘거리’가 없으면 벌어지는 일
부모와 자녀 사이에 ‘거리’가 없으면 벌어지는 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2.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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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자기만의 울타리가 있다. 누군가가 그 울타리를 침범하는 순간, 미움과 짜증의 감정이 솟구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한다. 싫은 소리하지 못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고, 남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탓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타인의 무례한 침범으로 인해서 나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게 바로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다.

‘거리두기의 심리학’이란 행복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간격을 말한다. 책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의 저자 송주연은 “당신은 스스로를 지키는 걸 배운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내가 나의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법을 전한다. 바로 ‘거리두기에 대한 심리학적 방법’이다. 특히 송주연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간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가 엄마에게 “나 이제 뭐 해요?”라고 묻는다. 엄마는 친절하게 아이의 다음 일정을 브리핑한다.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송주연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말하지 않고, 엄마에게 물어보는 아이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한다. 그는 “이들의 모습은 경계가 무너진 부모 자녀 관계, 그러니까 서로의 다른 마음을 존중하지 않는 관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송주연은 “아마도 이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매우 세심한 보살핌을 받았을 것이다. 부모는 소중한 아이를 위해 온갖 육아 정보로 무장하고, 아이에게 좋다는 것은 뭐든 다 해주려 했을 것”이라며 “아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시도했겠지만, 부모는 자신들의 선택을 따르도록 아이를 설득했을 것이다. 부모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아이는 결국 자기주장을 점차 포기하고 부모에게 순종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만들고, 서로가 독립된 인격체로 교감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송주연은 ‘정신화(mentalization)’를 꼽는다. 정신분석학자 피터 포나기가 개념화한 정신화는 나와 타인의 마음을 성찰하듯 바라보는 능력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능력이 바로 정신화 능력이다. 이 정신화 능력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건강한 거리두기를 효과적으로 돕는다.

송주연은 “아이는 양육자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린다. 이때 양육자가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것에 대해 표현해 줌으로써, 아이는 자신에게 마음이 있으며 이는 다른 사람과 공유될 수 있음을 알아간다”며 “동시에 나만의 마음이 있듯 타인에게도 그만의 마음이 있음을 이해하게 되고, 다른 마음들을 서로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음을 터득해간다”고 설명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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