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세월호 참사’ 보도를 지속한 이유
손석희가 ‘세월호 참사’ 보도를 지속한 이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2.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TBC '뉴스룸'

언론인 손석희가 책 『장면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이다. 어젠다 키핑을 번역하면 ‘의제 지키기’다. 언론의 전통적인 기능 중 하나는 ‘의제 설정’을 뜻하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다. 공론화가 되어 토론할 필요가 있는 사회적 이슈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갖다 대는 행위가 바로 어젠다 세팅이다. 어젠다 키핑은 그러한 이슈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갖다 대는 시간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행위다.

손석희는 “이 책이 주로 다룬 것은 저널리즘의 한 방법론으로서의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이다. 이 표현은 내가 주장하긴 했지만 완전히 창의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 이전에 의제설정 기능(agenda setting)은 이미 전통적인 미디어 이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단지 의제를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제를 꾸준히 지켜냄으로써 선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것과는 좀 다른 얘기”라고 말한다.

손석희가 JTBC의 뉴스 책임자로 어젠다 키핑 개념을 실천한 가장 대표적인 사안은 바로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시들고 있을 때에도, JTBC는 참사 이후 200일 동안 쉬지 않고 해당 사안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그는 “세월호라는 어젠다를 유지하고 기억하는 것은 의지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유가족들과 시청자들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술회한다.

손석희에게 세월호 참사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보도한) 그 시간들은 언론이 왜 존재하는가를 깊이 고민하게 했던 시간들이었다”며 “또한 언론이 단지 뉴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기도 했다. 굳이 어젠다 키핑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좀더 많이 부끄러웠을 것 같다”고 말한다.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지면 시청자들은 이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네트워킹을 하게 된다. 이것이 JTBC 뉴스룸이 지향하는 것이다. 때로는 지루하다는 인식도 있어서 반성하고 있다. 물론 손해 보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것은 어젠다 키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빨리 바뀐다고 해도 저널리즘이 미래적 가치로 지켜야 할 것이 어젠다 키핑이다. - 『장면들』 中

어젠다 키핑을 실천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는데, 바로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다. 손석희는 “‘뉴스룸’을 진행해오면서 가장 고심했던 것은 어젠다를 유지해나가면서도 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힘이 미약한 뉴스라도, 분명히 공적 이익이 되는 이슈를 끝까지 붙잡고 간다면, 언젠가는 그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며 “삼성 문제가 그랬고, 뒤이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4대강 탐사보도가 그랬다. 그중에서도 세월호참사는 특별했다”고 설명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