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대신 ‘배우’라고 말합시다
‘여배우’ 대신 ‘배우’라고 말합시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2.06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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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에도 생애주기(生涯週期)가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시대적 감수성’을 담지하지 못할 때, 그 말은 죽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젠더와 관련한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시정하고, 그것을 공정과 평등의 말들로 치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람과 사람을 올바르게 연결하고, 소통이 원활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책 『나와 평등한 말』의 저자 김보미는 “말에는 사람과 사회의 생각이나 감정이 담긴다”고 말한다. ‘된장녀’ ‘김여사’ ‘처녀작’ 등의 단어에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불평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의 말처럼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말을 함께 생각해 보자고 권유하는 책이다.

구체적인 말들로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는 ‘정조(貞操)’다. 정조란 여자의 곧은 절개(節槪)로 남녀 관계에서 순결을 지니는 일을 뜻한다. 여기서 절개는 지조와 정조를 깨끗하게 지키는 여자의 품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정조와 절개라는 단어에는 여성의 경우 결혼하기 전에 성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김보미는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노출이 있는 옷차림이었다며 ‘여지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 평소처럼 가해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밝은 모습인 피해자를 ‘성폭력을 당한 사람 같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모두 정조 관념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정조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법이 보호해야 하는 건 여성의 정조가 아니라 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게 김보미의 설명이다. 그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라며 “성폭력 사건도 피해자의 정조와 피해자다움이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 어떻게 침해된 것인지를 따져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여성스럽다/남성스럽다’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스럽다’에는 ‘조신함’이, ‘남성스럽다’에는 ‘씩씩함’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 의미에 따르면 모름지기 여성은 몸가짐을 조심스럽고 얌전하게 해야 하며, 남자는 굳세고 위엄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스럽다/남성스럽다’는 특정 개인에게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편견이 깃든 말이다.

김보미는 “여성에게 ‘여성스럽다’라는 말은 칭찬일까? 남자에게 ‘남자답다’라는 말은 어떨까? 타고난 나의 모습이 아니라 사회가 정해 놓은 모습에 맞춰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닐까?”라고 질문한다. 그는 ‘여성스럽다/남성스럽다’를 ‘너답다’ ‘매력 있다’ 등의 말로 바꿔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마지막은 ‘여배우’다. 우리는 ‘남배우’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남의사(여의사), 남경(여경, 여자 경찰), 남기자(여기자) 다 마찬가지다. 김보미는 “‘여의사’로 부르는 것은 의사라는 직업보다 ‘의사이지만 여성’이라는 의미를 부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한다. 직업보다 성별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당사자의 직업적 전문성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보미는 ‘베를린 영화제’를 예로 든다. 베를린 영화제는 2021년부터 연기 부문에서 성별로 상을 분리하지 않고, ‘최고연기상’의 명칭으로 상을 주었다. 그는 “생각해 보면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영화의 다른 분야는 성별로 나눠서 상을 수여하지 않는다. 베를린 영화제는 연기자가 모두 ‘배우’로 불릴 수 있는 첫 번째 자리”였다고 설명한다.

김보미는 “익숙하게 자주 쓰는 표현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일 수 있다. 나의 몸 혹은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한 단어,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 여성이나 폭력에 관한 말 중에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들어 있기도 하다”며 은근하고 무심한 차별에 상처받지 않도록 새로운 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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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2021-12-06 10:55:44
지랄들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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