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생계 유지하는 프리터족, “정규직 일자리 아니어도 만족스럽게 삽니다”
알바로 생계 유지하는 프리터족, “정규직 일자리 아니어도 만족스럽게 삽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1.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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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터족(族)’은 ‘Free(프리)’와 ‘Arbeiter(아르바이터)’의 합성어로,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장기불황이 지속되자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은 것이 프리터족 탄생의 계기가 됐다. 경제 불황을 겪었던 한국에서도 청년들이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프리터족으로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가 진행한 아르바이트생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42.4%가 자신을 ‘프리터족’이라고 답했다.

프리터족은 ‘비자발적 프리터’와 ‘자발적 프리터’로 나뉜다. 전자는 극심한 구직난 때문에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했지만, 취업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회사 생활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후자는 아르바이트 생활을 계속 하면서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과는 다른 진로 설계를 하며 산다. 자발적 프리터들은 젊은 시절부터 별도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생활을 계속 해왔거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는 어디까지나 불안정한 일자리다. 그럼에도 이들이 과감하게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프리터 생활이 일반적인 회사 생활보다도 ‘워라밸(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6년동안 일을 하고 있는 프리터 박설희씨는 에세이 『프리터족으로 사는 법』에서 “확실한 건 직장생활보다 아르바이트가 워라밸을 지키며 살기엔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퇴근 후의 삶도 보장하고 있다. 프리터족으로서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일자리의 안정성과 고수익을 포기하는 대가로 워라밸을 얻었지만, 프리터로서의 삶을 지속하는 데에는 또다른 어려움들이 존재한다. 우선,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나 편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프리터로 살고자 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식당’ ‘편의점’ ‘카페’ 등에 찾아오는 일부 고객들은 그를 ‘사회 실패자’ 또는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무례하게 대접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프리터들이 하는 업무 대부분이 단순 작업인 경우가 많아 자신이 공장의 부속품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이다. 박씨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정해진 매뉴얼이 확실하다보니 공장의 기계 대신 사람을 쓰는 느낌이 강하다”며 “일하는 사람을 사람이 아닌 기계 부속품처럼 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힘든 노동환경에도 박씨는 프리터 생활이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는 “누구는 이 나이에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하는 모습을 한심하게 보기도 하며 걱정스럽게 보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고 꿈을 가지고 있는 프리터족이라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흉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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