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우울감이 밀려온다면, 장내 세균을 점검해라
원인 모를 우울감이 밀려온다면, 장내 세균을 점검해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2.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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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우울증의 또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심리 상담을 통해 증세를 해소하려고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만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없으니 그 원인을 뱃속에서 찾아보라는 것이다.

책 『왜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할까?』의 저자 가브리엘 페를뮈테르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의학자다. 그는 “여러 우울증 증상과 정신병 등이 단 한가지 명확한 원인 때문에 발병하는 것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서 더 나아가 나는 음식 또한 신경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저자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인체에 대한 지식이 일부 필요하다. 인간의 소화기관인 ‘장’은 세균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장소다. 그래서 성인의 대변 1그램에는 1조마리의 세균이 발견된다. 또한 건강한 신체에는 평소 장 속의 미생물들이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지만, 생활 환경 변화 등의 이유로 장내 미생물이 불균형 상태가 되면 변비, 소화불량,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여기서 저자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는 장 뿐만 아니라 두뇌에도 영향을 준다며, 유해균이 쏟아내는 화학적 생성물인 ‘대사물질’이 인체의 자율신경계를 통해 두뇌에 전달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2019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의과대학교의 아메드 산, 피터 홀저 교수의 쥐 임상 실험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오스트리아의 연구진은 156마리의 어른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 정해진 식단만 제공했다. 한쪽에는 ‘패스트푸드’ 식단, 다른 한 쪽에는 영양소가 좀 더 균형잡힌 식단을 주었다. 패스트푸드는 장내 미생물총(세균, 효소, 바이러스 등을 통칭하는 말)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진은 패스트푸드를 먹은 쥐들이 몸무게가 늘어남과 동시에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균형 잡힌 식단을 먹은 쥐들에게는 어떠한 불안 증세도 관찰되지 않았다.

두 교수가 진행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저자는 “정크푸드를 과도하게 섭취해 우울증에 걸린 쥐의 미생물총을 정상 식단을 해온 쥐에게 이식하자, 이식받은 쥐도 우울증에 빠졌다”며 “따라서 우울증을 순수하게 정신적인 질병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고 결론 짓는다. 또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쥐들은 장내 미생물총이 다양하지 못했고, 불안감을 억제하는 호르몬의 비율도 골고루 먹은 쥐들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미생물총과 호르몬의 비율 또한 쥐 실험군의 경우와 유사했다.

한편, 저자는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서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의미한다.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낄 때, 잠시라도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 올 때, 피로감이 몰려올 때, 우울한 감정이 들 때 세균(프로바이오틱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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