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놀라운 음식의 역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놀라운 음식의 역사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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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 바로 음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알고 먹는 음식이 더욱 맛있다는 논리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는 책 『음식을 공부합니다』에서 ‘전어는 가을 음식, 냉면은 여름 음식일까?’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얼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음식의 역사와 공부법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는 ‘이름의 내력 따지기’이다. 음식 이름의 정확한 유래와 의미를 알아야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국어사전은 한국어 ‘라면’이 일본어 ‘라멘(râmen, ラーメン)’에서 왔다고 정의한다. 또 일본어 ‘라멘’은 중국어 ‘라몐(la-mian, 拉麵)’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진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라면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일까.

이에 대해 주영하는 “많은 학자가 이 ‘라몐’이란 말이 일본에 가서 ‘라멘’이 되었고, 다시 한국에서 ‘라면’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라면이란 음식의 기원지는 중국이고, 중국에서도 서북 깐수성의 성도 란저우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란저우에는 ‘라몐’이란 음식이 없다. ‘라몐’은 국수를 만드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잘 반죽된 밀가루 덩어리를 길쭉한 나무토막처럼 만든 후 양손으로 잡아 길게 늘였다가 양쪽을 합치고, 이 같은 동작을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가는 국숫발을 만드는 행위를 ‘라몐’이라고 한다”며 “‘라몐’은 특정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국수를 만드는 방법을 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음식 이름에는 두 개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산업화와 음식의 관계’이다. 주영하는 “산업화로 즐겨 먹는 때가 바뀐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어’다. 책에 따르면, 18세기 초반부터 서울 사람들은 양력 4월과 6월 사이에 전어구이를 즐겼다. 그러니까 ‘가을 전어’가 아닌 ‘입하 전어’를 즐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 아닌 가을에 전어를 즐긴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영하는 “석유를 이용하는 동력어선과 석유화학제품인 나일론으로 만든 그물이 도입되면서 전어 또한 ‘입하 전어’에서 ‘가을 전어’로 먹는 시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가을에 먼 바다로 나가면 기름기가 많고 고소한 큰 전어를 잡을 수 있었지만 조선 후기에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하 즈음에 어살을 이용하여 전어를 잡았던 것이다.

마지막은 ‘유명해진 곳이 어딘지 찾아라’이다. 주영하는 “특정 음식이 유명해진 장소가 반드시 그 음식의 기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전주비빔밥이 그 예 중 하나다. 그는 전주비빔밥이 유명해진 곳은 ‘전주’가 아니라 ‘서울’이라고 말한다.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전주의 식재료 때문에 전주의 어느 비빔밥집이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이 기획한 ‘팔도강산민속물산전’에 초청이 됐다. 그 후로 다른 전주 소재 비빔밥집이 여럿 초청됐고, 이로 인해 서울 사람들은 비빔밥하면 전주비빔밥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음식의 기원, 역사, 문화를 면밀히 탐구해 식품 관련 전공자들과 음식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선사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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