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제 ‘베프’입니다”
“우리집 강아지, 제 ‘베프’입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11.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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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앞에 ‘애완(愛玩)’이 아닌 ‘반려(伴侶)’라는 명사를 붙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동물을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교감하는 ‘생명체’로 바라보자는 취지와 맥이 닿아있을 것이다. 사전은 애완을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요즘 시대의 감수성과 맞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동물과 물품을 등치할 수 없고, 동물을 단순히 귀여워하거나 즐기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동물’ ‘동물권’ ‘반려동물’ 등의 키워드를 내건 도서들이 부쩍 늘어났다. 동물의 권리를 수호하자는 학술적인 서적부터 반려동물의 홈트레이닝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관한 실용서까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코로나19로 사람끼리의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증폭한 탓도 있다. 올 1월에는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양성 교육서도 출간됐다. 바로 『2022 반려동물장례지도사 표준안』이다.

이 책은 ‘펫포레스트’의 연구 및 교육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펫포레스트란 국내의 반려동물 장묘문화를 선도하고 성장시킨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말한다. 펫포레스트는 2017년부터 반려동물 장례의 필요성을 알리며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연구해왔고, 전문 역량을 가진 지도사를 자체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단지 장례를 치루는 사람이 아닌 전문 역량을 갖춘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담겨 있다.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서 그들의 심리를 공부하자는 책들도 출간됐다. 음성학 교수인 주잔네 쇠츠는 책 『고양이 언어학』에 고양이와 평생을 함께해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이 언어 해독 방법을 담았다. 특히 그는 고양이의 다양한 울음소리를 통해 고양이의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야옹” “우르르르” “하악” 등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그 안에 상황별 다양한 소리의 차이를 분석했다.

강아지의 심리를 알려주는 책도 있다. 바로 『멍멍이 심리 사전』이다. 이 책은 포유동물학자인 이마이즈미 다다아키가 썼다. 그는 ‘강아지들이 구멍을 보면 꼭 얼굴을 집어넣는 이유가 뭘까?’ ‘자기 똥을 먹는 이유가 뭘까?’ ‘귀가할 때마다 강아지가 매번 기뻐하는 이유는 뭘까?’ 등 다채로운 질문들을 통해 강아지의 심리를 파악한다. 뿐만 아니라 강아지를 키우는 데에 필요한 기초 지식에서 최신 정보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들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 박현주의 책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는 동물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그 이유는 동물들의 ‘진짜 속내’를 들어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화 성격의 만화책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 책은 이런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해 실험동물, 유기동물, 공장식 출산으로 힘들어 하는 동물들의 고충에 귀 기울인다. ‘동물권’ 문제를 깊게 다루고 있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다.

이 밖에도 동물들과의 행복한 공존을 이야기하는 『문밖의 동물들』,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고 위계화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이 소통하고 공존하는 길을 찾는 『다르게 함께 살기: 인간과 동물』, 불안증에 시달리던 작가가 고양이를 만나고 이윽고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은 『함께여서 다행이야』 등 동물을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생각하는 태도의 책들이 최근까지도 출간되고 있다.

동물권 이슈가 더욱 깊고 다층화하고 있는 요즘, 앞으로 사람과 동물은 이전보다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최근에는 강아지의 뛰어난 후각으로 인간의 병을 발견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새로운 학습법도 확산되고 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제 동물은 ‘애완’이 아닌 ‘반려’의 대상이다. 사람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 방식에 관해 더욱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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