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직장 내 세대 갈등, 우아한형제들‧현대는 이렇게 해결했다
깊어가는 직장 내 세대 갈등, 우아한형제들‧현대는 이렇게 해결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10.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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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부장(50)과 신입 사원인 박 사원(25)이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다.

김 부장 : 우리 박 사원은 주말에 뭘 했나?
박 사원 : 집에서 쉬었습니다.
김 부장 : 날씨 좋던데… 집에만 있었어? 남자 친구랑 싸웠나?
박 사원 : 남자 친구 없는데요….
김 부장 : 뭐야, 나이가 몇인데 남자 친구가 없어?
박 사원 : 네?
김 부장 : 뭐 문제 있는거 아냐?
박 사원 : 네에?!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이다. 인간 관계에서 거리를 지키고 싶은 젊은 세대들은 서로의 생활이나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적당한 선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일과 사생활을 엄연히 분리하고 싶은 생각에서다. 선배 직장인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간섭한다고 느끼면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박 사원이 화를 낸 이유는 김 부장은 자신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했기 때문이다.

소통이 어려운 건 사실 선배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원 팀’ 또는 ‘가족같은’ 분위기에 적응했던 윗세대들에게 Z세대 신입 사원의 등장은 위협적이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주저없이 퇴근하는 Z세대의 모습은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김 부장이 원했던 것은 박 사원과 친해질 수 있는 대화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던 김부장은 자신도 모르게 선을 넘었다.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꽤 많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345명에게 ‘직장 내 세대갈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다수의 직장인이 세대차이를 실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서(68.5%)’였다. 날이 갈수록 세대 갈등의 폭이 심화되는 가운데 직장 내 은연히 자리잡고 있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회사에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개인들이 모인 만큼 조직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조직 내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상사와 부하 직원 간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기업 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X‧Y‧Z세대 직장인 3명이 함께 쓴 책 『함께라서』에서는 수직적이었던 한국 기업 문화의 변화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 중 우아한형제들의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업무는 수직적이되 인간관계는 수평적’으로 유지하라는 나름의 철칙을 강조한다.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는 우아한형제들이 갖고 있는 특이한 소통문화다. 이 시간을 통해 직원들은 대표와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현대차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현대차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급속도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결재판 사용 금지’다. 과거 서류 결재 시 직원이 외근 나간 상사나 임원을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어졌다. 급한 용무가 있으면 카카오톡을 활용한다.

이처럼 몇몇 기업들은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통해 직장 내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결국 세대차이는 있을지언정, 가감 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세대 차이 때문에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쟤 참 이상하다’는 성급한 결론 대신, 좀 더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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