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홍’ ‘어대홍’으로 홍준표는 웃지만… '밈'의 뒤편에 자리한 혐오와 왜곡은 어쩌나
‘무야홍’ ‘어대홍’으로 홍준표는 웃지만… '밈'의 뒤편에 자리한 혐오와 왜곡은 어쩌나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9.07 07: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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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를 소개할 때 ‘집사람’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집사람이 “남에 대하여 자기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러한 정의는 요즘 감수성과 맞지 않다. 왜 결혼한 여자는 집사람이어야 하는가. 집사람은 자기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 아니라 집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고, 제한하고, 속박하는 말이다. 젠더감수성이 부족한 표현인 것이다. 남편을 지칭하는 ‘바깥사람’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왜 남자는 항상 바깥에 있어야 한단 말인가.

최근 맘에드림에서 출간한 『10대, 우리답게 개념 있게 말하다』는 언어생활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돌아본다. 24년간 국어 교사로 일한 정정희 작가는 오늘날 사회 전반에 난무하는 혐오와 갈등은 결코 우리의 언어생활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무분별하게 복제되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들이 사회구성원의 사고를 조금씩, 부정적인 방향으로 물들이는 현상에 주목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 작가의 지적처럼 말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언어생활에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간에 유행하는 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대의 사회 분위기나 주목할 만한 이슈 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유전자가 자기 형질을 복제해 대물림한다는 뜻의 ‘밈(meme) 현상’이 대표적이다. 젊은 세대들이 홍준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를 향해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어대홍(어차피 대통령은 홍준표)이라고 지칭하며 재미있게 해석한 말놀이의 유행이 전형적인 밈 현상이다.

‘무야홍’ 밈은 대선을 앞두고 확장력이 절실한 홍 후보 입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홍 후보를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알리기보다는 희화화하면서 종국에는 여론을 비틀고, 호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실제 밈 현상은 갈등의 싹을 틔우기도 한다. 재미삼아 너도나도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대와 남녀 갈등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약자나 특정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생각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가리켜 ‘무개념’이라고 표현한다. 혹시 우리의 언어생활이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무개념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함께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고 지적한다.

“시중에 떠도는 혐오 표현들의 대부분은 그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포괄적 차별방지법이 발의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계속되고 있죠.”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내가 무심코 사용한 말에 혹시 혐오나 차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진 않은지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 작가는 추상적 사고력이 크게 발달하면서 다양한 개념화가 이루어지는 청소년 시기에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평소 사용하는 말 속에 담긴 뜻을 한번 되새겨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내뱉는 말 한마디에 좀 더 신중해질 것이고, 다양한 혐오 표현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아픔에도 기꺼이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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