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날릴 8월의 책…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합니다
무더위 날릴 8월의 책…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합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8.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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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코로나19로 인해 ‘방콕’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화려한 영상 콘텐츠들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마음까지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다. 마음의 곳간을 채울 수 있는 건 역시 마음의 양식인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 사서들이 8월에 읽으면 좋은 책 8권을 선정했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나무옆의자 펴냄|268쪽|14,000원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지내던 ‘독고’ 씨는 우연한 기회에 청파동 골목길에 위치한 염 여사의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염 여사, 천천히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편의점 직원들과 그곳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과의 소통 덕분에 그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볼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돈 안 되는 가게를 접지 않는다는 사장님의 참 어른다운 마음과, 한겨울 야외테이블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손님에게 내미는 온풍기의 따스함은 녹록하지 않은 삶으로 지쳐 있는 이들을 어느 순간 VIP로 만들어 준다.

이 소설은 손님이나 직원이나 잠시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머무르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행복은 결국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과의 갈등, 인생의 고독함으로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 반드시 『불편한 편의점』에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
로이 야콥센 지음|공민희 옮김|잔 펴냄|276쪽|14,200원

태어나고 자란 섬을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 섬으로 돌아와 섬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바뢰이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면서 생생하게 그린 북유럽 소설이다. 갇힌 섬 속에서 쌓여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듯이 이 책에서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모든 것이 생존이며 삶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가족의 성을 따서 이름 지어진 바뢰이섬. 그 섬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면서도 부두를 만드는 꿈을 꾸는 한스, 섬을 떠나 본토에서 교육을 받고 더 넓은 세계에 눈을 뜬 잉그리드. 바뢰이 가족은 섬과 함께하며 지속적인 생존을 꿈꾼다.

바뢰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는 이들의 건강하고 우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들녘 펴냄|340쪽|15,000원

SNS,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사적인 기록을 쓰는 일기의 도구는 종이부터 인터넷매체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일상의 기록은 사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과 공유되고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거의 조상들은 무엇을 위해 기록을 남겼을까? 저자 박영서는 김령, 김광계, 노상추, 오희문, 윤이후 등 조선 시대를 살다간 8명의 일기를 통해 그들 개인의 역사와 함께 그 시대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김령의 ‘계암일록’에는 부정이 난무하는 과거 시험장의 모습이, 노상추의 ‘노상추일기’에는 어렵사리 얻은 관직에서 겪는 호된 신고식 문화로 지친 마음이, 이문건의 ‘묵재일기’에는 손자의 글공부에 열을 올리는 할아버지의 속앓이가 담겨 있다.

8가지 주제로 엮은 일기의 내용은 주체자인 양반들의 속사정과 함께 역사 속 백성과 노비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8월의 한여름, 이 책이 전하는 조선 시대 보통의 이야기에 빠져보길 권한다.

『디자인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가는가』
스콧 버쿤 지음|이정미 옮김|Haru(하루) 펴냄|264쪽|16,000원

‘ZDA-110-3-15-1’ 암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코드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때 화재 경보 시스템이 알린 위치정보였다. 동료 대신 추가 교대 근무를 서던 경비원은 이 코드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들이다. 작가는 노트르담 대성당 비극의 원인이 복잡하게 설계된 화재 경보 시스템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사용자의 관점을 무시한 채 디자이너의 생각만 담은 잘못된 디자인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한 훌륭한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확인하며 성공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둘 것을 제안한다. 1. 무엇을 개선하고자 하는가? 2. 누구를 위해 개선하려고 하는가? 3. 당신의 디자인 결정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4. 당신이 한 일로 현재 혹은 미래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책은 디자이너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디자인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색다른 관점과 반짝반짝한 영감을 안겨줄 신선한 지침서이다.

『메트로폴리스』
벤 윌슨 지음|박수철 옮김|매일경제신문사 펴냄|668쪽|27,000원

세계 최초의 도시 우루크부터 고대 문명을 꽃피운 아테네와 로마, 현대 대도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파리와 뉴욕을 거쳐 21세기의 성장 도시 나이지리아의 라고스까지… 이 책 한 권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다.

인류는 상공업을 통한 부의 축적과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도시를 발명했고, 도시 안에서 지식과 예술, 문화가 꽃을 피웠다. 그러나 모든 도시는 환경변화와 경쟁도시의 등장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쇠퇴해갔으며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곳들도 있다.

도시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고 어울려 살아갈 때 유지될 수 있다. 성공적인 도시들에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신전, 도서관, 공원, 목욕탕, 카페 등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도시에는 지구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저자인 벤 윌슨의 바람대로 이 책에 나오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대와 거주하는 도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질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험의 함정』
로빈 M. 호가스, 엠레 소이야르 지음|정수영 옮김|사이 펴냄|324쪽|16,500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경험은 왜 강점이 아닌 약점이 되는가.” 책 표지에 적힌 한 줄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숙련된 경험이 개인의 자산으로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경험이 약점이라니? 당연하게 생각한 내용을 거꾸로 보는 기회가 될,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저자는 경험의 장점과 한계점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경험은 일을 쉽게 풀리게도 하지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또, 경험을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게도 한다. 일련의 사건 중 일부만 취사선택하여 기억하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하면, 경험을 의심 없이 믿는 것은 위험하다. 극히 일부를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며, 자신의 예측은 무조건 옳다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도 한다.

이 책은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놓친 것’은 무엇인지, ‘무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법을 제시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
마들렌 치게 지음|배명자 옮김|흐름출판 펴냄|320쪽|18,000원

숲의 생물들이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연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으로부터 우리 인간은 어떤 일상의 이익을 얻을까? 행동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이로운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천 년 된 나무는 자신의 잎을 뜯어 먹는 애벌레에게 화학 물질을 내뿜으며 경고의 소리를 내고, 포유동물들은 똥과 오줌이 모이는 장소 즉, ‘공중변소’를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처럼 동물, 식물, 버섯 그리고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생존과 종족보존의 목표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그들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정보를 생성하고 전달하며 그 정보의 내용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이 책을 통해 숲속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결코 ‘고요하지 않은’ 숲을 거닐며 각자의 소통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신의철 지음|21세기북스 펴냄|236쪽|16,000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긴 싸움을 하며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크게 바이러스, 백신, 면역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 몸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란 무엇인지, 신종 바이러스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신의 역사도 소개한다. 우리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성 미생물에 맞서는 저항반응인 면역반응 원리를 각자 몸 안에 가지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 속에서 얻은 집단면역의 교훈처럼 인류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면역반응원리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기를 제안한다.

이 책은 바이러스 면역학자가 들려주는 몸속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의학, 과학 관련 소재들을 다양한 사례, 그림, 도표를 통해 쉽게 전달하는 한편 자문자답의 형식은 ‘바이러스 VS 면역 전쟁’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시의적절한 시도이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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