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본 호류지(法隆寺)가 1300년을 버텨온 까닭은
[리뷰] 일본 호류지(法隆寺)가 1300년을 버텨온 까닭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8.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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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자 목조 건축물인 호류지(法隆寺). 일본 목조문화의 정수로 여겨지는 이 건축물은 히노키라는 나무로 지어졌다. 우리말로 노송나무나 편백쯤으로 옮겨질 수 있는 히노키는 가구용이나 건축용 목재로 사용된다. 목재의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따로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도 원목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호류지가 1300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히노키 때문이기도 하다.

책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도서출판 집)는 호류지가 목조 건물임에도 오랜 세월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두 저자인 호류지 사찰 수리 가문의 마지막 목수 니시오카 츠네카즈와 목재공학자 고하라 지로는 호류지 건축에 사용된 히로키뿐 아니라 목재 건축으로 사용되는 나무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나무는 생명체이니 나무가 자란 환경을 존중하고 나무를 사용할 때도 나무가 가진 특성에 맞개 적재를 적소에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78년 일본에서 초판 출간, 2019년 개정된 것을 한지만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가 번역해 내놓았다. 한 교수는 “이 책은 히노키를 소재로 일본의 목조 문화를 다루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목조 문화를 이어온 우리나라에서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니시오카의 이야기에 고하라의 과학적 설명을 붙여 구성됐다. 니시오카는 고대 목조건축의 수리와 복원을 도맡았던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고하라는 히노키가 오래도록 강도가 유지되는 이유를 알기 쉬운 과학적 설명으로 설명함으로써 목재공학자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다른 자재와 달리 목재는 환경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분이나 습기에 취약해서 썩거나 곰팡이가 생기기 마련이고, 비를 맞으면 늘어나거나 틀어진다. 햇빛을 받으면 수축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건축물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천년 고찰이 불에 타 소실됐다는 뉴스는 너무나도 익숙해 야외 목조 건축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히노키는 다르다. 치밀하고도 부드러운 히노키는 충해와 빗물에도 강하다. 호류지가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고대 일본인들이 히노키를 구석구석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목수들이 호류지를 여러번 뜯어고쳐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니시오카는 아니라고 확언한다. 본존불을 모신 건물인 본당이나 탑은 기둥이나 보 등의 중요한 부분이 모두 창건 당시의 히노키 그대로라고 한다. 건축 양식은 백제의 것이지만 고대 일본인들은 대륙의 건축기술이 전해지기 이전부터 히노키의 장점, 강도, 가공성을 알고 있었다.

고하라의 설명은 설득력을 더한다. 니시오카가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경험적인 통찰력을 그는 과학적 언어로 번역한다. 그는 “나무는 물리적 시험의 어떠한 평가 항목에서도 최우수는 될 수 없다”면서도 “히노키는 성장이 느리지만 나뭇결이 치밀하기 때문에 목재로서의 풍격은 매우 높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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