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보다 분노가, 답보다 질문이 확장성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슬픔보다 분노가, 답보다 질문이 확장성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7.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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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가족> 라이브톡 현장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진=네이버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일본 영화감독이다. 그는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영화를 통해 ‘가족의 실체’ ‘존재의 이유’ ‘공존의 의미’ 등을 탐구하며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8년에는 혈연이 아닌 관계로 묶인 유사가족의 의미를 모색한 <어느 가족>으로 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고레에다는 훌륭한 영화감독이지만 뛰어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은 영화학교 학생들의 필독서로 유명하다. 책에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담는다는 것의 의미, 그 과정에서 창작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 영화를 바라보는 그만의 독특한 철학이 담겼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내가 영화학교에서 연출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도 반드시 이 책을 읽게 하고 또 추천한다”고 말했다.

고레에다는 최근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의 배우들과 함께 한국에서 영화를 찍었다. 제목은 <브로커>(가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소재로 했다. 영화 촬영으로 한국에 머물러 있던 고레에다는 지난 23일 바다출판사와 함께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를 펴냈다. 번역서와 각본집을 제외하고, 한국 출판사가 직접 기획 및 제작한 최초의 고레에다 책이다.

이번 책을 총괄 기획한 바다출판사의 나희영 편집자는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 출간된 이후로 감독님에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후속작을 기다리다가 마침 한국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한다는 소식들 들었고, ‘우리 쪽에서 기획을 해서 제안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부탁드렸다. 감독님이 흔쾌히 수락을 해주셔서 작업을 진행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스스로 정치적인 것, 사회적인 것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깨닫게 되는 건 슬퍼하는 것보다 분노하는 게 더 강할 수 있고,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확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238쪽>

나 편집자는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 영화 자서전에 가깝다면, 이번 책은 영화를 포함해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감독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고레에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써온 글들을 묶은 것이다. 책에는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 정치에 대한 생각, 공정과 정의를 잃어버린 언론에 대한 쓴소리, 세상을 떠난 선배 영화인들의 추도문 등이 담겼다.

이번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평론가 정성일과의 대담이 수록됐다는 점이다. 나 편집자는 “고레에다 영화 그리고 그 작품이 탄생한 영화사적 맥락 등 감독의 총체적인 영화 세계에 가장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분이 정성일 평론가라고 생각했다”며 “고레에다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도 답변하지 않았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정 평론가의 질문을 통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레에다와 함께 작업한 것 대해 나 편집자는 “스스로를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에 가두지 않는 분이다. 문자 그대로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자유로운 존재”라며 “영화든 책이든 서로 기획의도가 통하면 누구와도 작업할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지닌 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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