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꼰대의 기준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의 자발성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듣는 이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일방적으로 전하면 꼰대가 되지만, 상대가 원해서 전하면 멘토가 된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가르침보다는 공감을 더 갈망하는 멘토 불용(不用)의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멘토나 사수의 가르침을 바라는 기대심 역시 적지 않다. 앞서간 이를 따라가면 더 쉽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그런 멘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알에이치코리아)의 저자 이진선씨는 멘토를 찾기보다는 스스로가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수는 곧 가르침을 전해주는 이를 뜻하는데, 체계가 잘 갖춰진 조직이 아닌 이상 사수가 존재하는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사수가 있다 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다. 사수가 일을 알려주는 데 인색한 사람일 수도 있고, 경력은 많지만 능력이 없어 알려줄 깜냥이 안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실력은 결코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잘못된 노하우를 전해줄 수도,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저자는 신입시절 팀장에게 “회사는 학교가 아니야. 내가 아는 걸 왜 너한테 다 설명해 줘야 하지”란 질책을 듣기도 했다.
“표준화 시대에 사람들은 조직에 충성했지만, 개인화 시대의 다크호스들은 자기 자신의 미래에 충성한다. 조직의 성장보다 개인의 성장을 우선”하기에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이직 준비생의 마음’으로 직장에 다닌다.” 사수를 찾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결국 자신의 최대 스승은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스스로 가르치는 일의 시작은 자기 발견”이라며 “나답게 일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지식을 축적하는 경험, 즉 자기 발견을 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목표와 현실의 괴리를 바로 인지하는 메타인지가 올바로 작용해야만 목표와 현실 둘 중 하나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목표를 넘어서는 목적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목표가 끝이 있는 단기적 성격을 지닌다면 목적은 지속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수반하는 개념이다. ‘직업을 선택하려 들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어려서부터 만성적 불안에 시달린 저자는 자신을 멘토 삼기 위해서는 먼저 모호하게 생각하는 습관부터 버리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모호함을 느끼는 이유는 생각을 대충하기 때문”이라며 적당하다고 여기는 순간에서 멈추지 말고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고 충고한다. 이때 ‘중력 문제’는 논외로 여길 필요가 있는데, 중력 문제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가짜 문제”를 뜻한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서 힘이 든다고 중력을 탓할 수 없는 것처럼 바꿀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변화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이어 약점을 고치려 들기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하라고도 충고한다.
아울러 “성취가 개인적이면서도 내적인 차원의 경험이라면, 성공은 대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집단적인 차원의 경험”이라며 “숙련자 레벨에서 얻는 것이 성취라면, 전문가 레벨에서 얻는 것은 성공일 수 있겠다”고 설명한다. 드라이퍼스 모델(초보자→고급입문자→중급자→숙련자→전문가)에 따르면 전문가가 5%도 되지 않는데 “마스터 단계까지 올라간 전문가는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잘하는 사람”이라고 역설한다. 동시에 “전문가는 독학자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배우고 가르치는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