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카이젠과 혁신의 대결
[조환묵의 3분 지식] 카이젠과 혁신의 대결
  • 조환묵 작가
  • 승인 2021.07.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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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왕국’ 일본과 ‘디지털 강국’ 한국

‘팩스로 코로나19 확진 현황을 집계한다.’
‘보고서에 도장 찍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다.’
‘우편으로 코로나19 피해 정부 보조금을 신청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일본 관련 신문 기사나 TV 뉴스에서 보도한 제목들이다. 문서로 만든 자료를 출력하여 팩스를 보내고, 그 수치를 다시 일일이 입력하여 출력한 후, 또 팩스로 전달하는 바람에 집계가 너무 늦고 착오가 많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마치 가짜 뉴스 같았다. 좀처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중인 일본 회사에 직원이 출근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중요한 보고서에 도장 찍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온다고 했다. 도장 문화의 고질적 병폐가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도 일본의 문구점에는 미리 파놓은 수백 개의 도장이 진열되어 있다. 자필 사인이 통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 정부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일본 국민들에게 우편으로 신청을 받아 처리하느라 수개월이 걸려도 100% 지급하지 못했단다. 일본 정부의 느린 행정에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이틀 만에 정부지원금을 거의 지급 완료했다.

아직도 일본은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최신 팩스기기가 판매되고, 도장 찍는 로봇이 개발되며,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디지털 시대에 한참 뒤처진 일본의 처참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선진국 일본의 모습이 아니다. 아날로그 왕국 일본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반대로 디지털 강국을 입증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

필자는 90년대 초 삼성전자에서 일본 지역 전문가로 파견되어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탐구했던 적이 있다. 당시의 일본은 전 세계를 제패한 전자 산업의 왕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용산전자상가와 같은 도쿄의 아키하바라에는 첨단 전자제품이 넘쳐나고 화려한 기능과 멋있는 디자인에 압도되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소니의 TV, 캠코더, 워크맨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코끼리 밥솥은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다.

일본이 제조업의 왕국으로 성공한 요인으로 평생 한 가지 일에 헌신하는 장인정신,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여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카이젠(改善)’이 손꼽힌다. 그러나 일본의 보이지 않는 힘은 20세기까지였나 보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일본 전자업계의 불꽃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에 완전히 밀려나 존재감이 거의 없다.

왜 일본의 전자 산업이 몰락했을까? 왜 일본 전체가 디지털 후진국으로 전락했을까? 혁신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여 조금씩 개선하는데 그치고, 스스로 파괴하는 혁신을 멀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1942년 출간한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론을 주장했다. 혁신이야말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며,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용어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21세기에 더 들어맞는 개념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1973년 책 『매니지먼트(Management)』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목표인 고객을 창조하기 위해서 마케팅과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인적, 물적, 사회적 자원에 더욱 많은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요즘에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은 1999년 발표한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er's Dilemma)』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음에도 결국 실패의 길로 빠져드는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는 과거를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노리는 파괴적 혁신만이 미래의 성장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혁신은 위기가 닥칠 때나, 위기감을 느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정상적 활동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 새 것으로 탈바꿈한다는 뜻이다. 세상을 바꾼 애플의 아이폰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혁신의 물결을 거부한 노키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잃어버린 30년의 세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은 혁신을 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사태에 추락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혁신을 거듭하여 성공한 혁신 국가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더욱더 앞서나가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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