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내친김에 밤 문화를 바꿔봅시다
[발행인 칼럼] 내친김에 밤 문화를 바꿔봅시다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1.06.2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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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방재홍 발행인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이전 생활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수도권은 7월 1일부터 6명까지 모일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는 10시까지이던 영업을 자정까지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10시 넘어 거리나 공원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주당들도 갈 곳이 생겼다며 영업시간 완화를 반긴다.

다시 이전의 밤 문화로 돌아가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한국의 밤 문화는 산업화 과정의 산물이다. 낮밤없이 일하는 것은 부지런함의 대명사이자 미덕으로 여겨졌다. ‘당신이 잠든 시간에도 000의 연구실은 불이 켜져 있습니다’란 한 제약사의 광고문구는 기억에도 새롭다. 술 잘 먹는 사람이 회사 일도 잘한다며 부추기는 풍조도 엄연히 존재했다. 밤 문화로 만들어진 대인관계를 활용해 업무성과를 거둬 승승장구하는 것도 심심찮게 봐왔던 것도 사실이다. 고도성장기 밤 문화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며 자본주의 세상의 끝판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꽤 많이 바꿔 놓았다. 최근 직장인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코로나가 종식된 뒤에도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에 2030세대는 회식이나 워크숍, 늦은 시간까지 즐기는 음주가무 자제를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4050세대의 경우 회식을 줄이는 것은 반대하지만 늦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이가 절반이나 됐다. 실제 회식은 저녁보다는 점심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자영업자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은 갈수록 확고해지는 추세이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 도시의 경우 대부분 밤 8시쯤 되면 가게 문을 닫는다. 한국보다 훨씬 흥청망청였던 일본 역시 이제는 몇몇 특정지역을 제외하면 밤 10시가 되면 거리는 조용하다. 이들의 이런 문화는 가족이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직장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수단이다. 굳이 밤 늦게까지 술 마시며 사업할 이유가 없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간다. 퇴근 후 부부가 함께 파티나 음악회에 가기도 하고 저녁식사를 한다. 밤늦게까지 학원가는 학생들이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밤 문화의 부작용은 크다. 지나친 음주와 그로 인한 사건 사고, 그리고 가족 간 단절까지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났다. 5060세대만 해도 직장에서 억눌려 지내다 퇴근 후 동료들과 술자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일상이었다. 학연, 지연,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보니 모임도 많았다. 남자들의 경우 가정보다 밖에서 재미를 느끼다 보니 일찍 들어가도 할 일도 없다. 은퇴 뒤 ‘제2의 삶’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게 이런 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 끝난 G7 정상회의에서도 위상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사회규범이나 시민참여 척도인 사회적 자본에서 아직 하위권이다. 지금이라도 삶의 우선순위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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