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돼지를 키워서 잡아먹어보니…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직접 돼지를 키워서 잡아먹어보니…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6.15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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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2019년 동물구호단체의 한 채식주의자가 돼지고기 무한리필 가게에서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구체적 내막은 이렇다. 서울 애니멀 세이브의 한 활동가는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영업 중인 가게로 들어갔다. 영업장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그는 “잠시만 저를 주목해주세요, 지금 여러분이 먹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입니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고 외쳤다. 가게 주인에 의해 시위는 제지당했지만 트위터상에 영상이 올라오며 논란이 일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육식은 과연 비윤리적인 것인가’라는 고민은 여전히 남겨졌다.

인간의 몸이 건강하려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은 ‘영양소(Nutrients)저널’에 채식주의자들의 골밀도가 채식과 육식을 모두 즐기는 사람들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저널은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고기, 생선,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의 골절 확률이 43% 더 높다고 전했다. 건강을 지키면서도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윤리적인 섭취는 가능한 것일까?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창비)는 채식주의자 이동호씨가 1년간 세 마리의 돼지를 키워 잡아먹으면서 느낀 소회를 전한 에세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가 주관하는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직 군인이자 여행 작가이다. 스물여덟에 농촌으로 이주했지만 도축한 동물과 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목격하며 채식을 시작했다.

‘인간은 잡식동물로 태어났는데 고기 먹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동물을 학대하는 축산 방식이 문제라면, 행복하게 자란 동물의 고기를 먹으면 괜찮은 것일까?’ ‘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저자는 세 마리의 돼지를 직접 키워 잡아먹어보기로 했다. 인근 농업학교에서 흑돼지 세 마리를 분양받았다. 울타리를 만들었다. 매일 몇시간씩 돼지에 매여 밥과 물을 챙겨줘야 함은 물론 우리를 청소하고 똥을 치우는 번거로운 일을 반복해야 한다. 돼지를 키우는 저자의 노동은 따뜻하면서 슬프고, 유머러스하면서 애처롭다.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에서는 비장감이 감돈다. 저자는 중망치를 들고 돼지 앞에 선다. “돼지가 방심하는 순간 내리쳐야 한다. 한번에 기절시키지 못하면 낭패다.… 망치를 치켜들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심호흡을 했다. 들숨은 길고, 날숨은 짧게. 목표는 이마 위” 그 순간 죄책감, 망설임, 미안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내심 꺼렸지만 직접 잡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예의였다고 한다. 그는 “잡아먹는 게 아니고 남의 손을 빌리는 게 배신 같았다. 남이 죽인다고 생명을 죽이는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다. 목숨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책은 식탁위의 고기가 아닌 살아있는 돼지와 함께 한 1년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채식과 육식, 농장과 공장,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한다.

저자는 가축을 모두 대안 축산 방식으로 기르자거나 모든 사람이 채식을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가 먹는 고기의 이면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는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생각해보면서 인간과 인간이 먹는 동물이 상호 연결돼 있음을 상기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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